반값 등록금? 귀 막고 입 닫은 사학

2013-02-04     김지은 기자

 반값등록금 시행을 열망하는 사회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대학들이 등록금 인하를 두고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는 2011년 촉발된 반값등록금 바람으로 국공립대는 평균 5.5%, 사립대는 3.9% 인하했다. 대학들이 눈치를 보다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물러선 결과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국립, 사립 할 것 없이 동결이 최선이라고 아우성이다. 등록금을 내리더라도 1% 내외다. 서울에서는 현재 동국대(0.2%), 서울대(0.25%), 성신여대(5%), 이화여대(1.5%) 등 4곳만 지난해보다 등록금을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인하했다고 해서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는 등심위가 끝난 후 입장서를 내고 “본부는 등심위 과정에서 발전기금 수익을 본예산으로 전입해 등록금을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등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등록금이 800만원을 훌쩍 넘는 고려대(828만원)와 연세대(856만원)가 올해 학부 등록금 인상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두 대학은 현재 진행 중인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학생 대표 측에 각각 4%, 2.4%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인하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등심위 참석 거부로 파행을 빚고 있다.

사립대학들은 열악한 재정 여건상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학생들과 진보 교육계는 사학이 교육 투자는 게을리 한 채 학생들의 등록금만 축내고 있다고 비판한다. 2000년대 들어 10년간 대학 등록금은 50% 이상 올랐다.

◇적립·이월금은 해마다 크게 늘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사립대학의 적립금과 이월금도 대학의 이기주의가 도를 넘고 있다는데 설득력을 높이는 근거로 작용한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시내 20개 사립대학 중 2011년 교비적립금이 2010년에 비해 증가한 대학은 15곳으로 집계됐다. 성균관대가 450억원으로 가장 많이 적립금이 늘었으며 홍익대, 이화여대, 한양대도 각각 323억원, 280억원, 270억원 증가했다.

사립대학을 설립·운영하고 있는 법인(재단)의 적립금과 이월금까지 누적 집계하면 그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뛴다.

서울시내 20개 대학의 대학 및 법인이 보유한 이월적립금 총액은 4조798억원으로 한해 등록금 수입(3조7274)보다 3000억원 이상 많다.

대학별로는 이화여대가 8754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연세대 5915억원, 홍익대 5908억원, 고려대 3024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이화여대는 한해 등록금 수입(2017억)보다 4배 이상 되는 이월적립금을 보유했다. 홍익대는 3배 이상, 연세대, 서울여대, 가톨릭대, 성신여대 등도 한해 등록금 수입규모 이상의 이월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더욱이 돈이 없다던 연세대는 학생 1인당 기계기구매입비는 줄이면서도 토지 건물 매입과 신증축 등 자산을 불리는 데에는 2010년에 비해 지출을 310억원 늘렸다.

대학 운영 정상화에 책임이 있는 재단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이들은 기본적인 법적 의무도 무시하며 등록금 부담을 가중시켰다.

2011년 전국의 사립대학법인(전문대학 제외) 178개의 법정부담금(교직원의 연금부담금, 건강보험부담금, 재해보상부담금) 납부현황을 분석한 결과 115개 대학(64.61%)이 법정부담금을 미납했다.

일부는 법인의 재산을 늘리는 곳에 미납금보다 많은 돈을 사용하기도 했다.

법정부담금은 한 푼도 안낸 명지대의 경우 39억원의 법정부담금을 미납했으나 2010년 대비 2011년 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은 545억원이 늘었다. 고려대는 74억원을 미납해 납부율은 40.24%에 그쳤지만 수익용 기본 재산은 146억원이 증가했다.

중앙대도 법정부담금을 아예 안내 80억원을 미납, 이를 학생들의 등록금에 부담시켰다.

이에 사립대학들의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의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대학들이 예산 편성 때 수입은 축소하고 지출은 부풀리는 방법으로 등록금을 높이 책정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현재 20%에 육박하는 등록금 거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사립대 재정운용 상시적 감시 시급

아울러 적립금의 사용을 둘러싼 수익사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고액의 등록금 문제에서 빠지지 않고 이야기되는 것이 사립대학들의 교육 기관으로의 공공적 책무를 무시한 재정운영”이라며 “우리나라와 같이 사립대학이 전체 대학의 85%에 달하는 구조에서는 사립대학(법인)들의 재정운영의 민주성과 책임 방기는 곧바로 등록금에 반영되고 결국 등록금 인상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상시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교비 적립금을 대학 자율이란 명목 하에 수익성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대해 입법 초기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적립금이 안정적 운영과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등록금 상한제를 실시하고 대학에 교부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등록금넷 김동규 팀장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한 학생들이 이를 갚지 못해 한해에 1만여 명 정도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간 등록금을 한국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4인 가구 기준)인 350만원 이상으로 올릴 수 없도록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하고 대학에 교부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반값 등록금을 실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교육계는 등록금 부담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매년 7조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국가재정으로 4조원, 나머지는 교내외 장학금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올해 국가장학금 예산이 2조7750원으로 책정돼 1조2250억원이 추가로 든다. 하지만 1조2250억원을 조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