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현장 담배꽁초 종류로 범인 잡아낸다

2013-02-02     장성주 기자

 "자살이 아닐 수 있습니다. A씨 주변엔 적어도 2명이 더 있었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담배꽁초 4개가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담배를 피우며 밤새 고민하다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 순간 불현듯 어디선가 낯선 사내가 나타나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

"A씨가 핀 것은 파이프 자국이 있는 하나바 시가 하나뿐입니다. 다른 것들은 인도에서 나는 담뱃잎으로 만든 독일산 시가군요. 2개는 파이프에 끼워 피웠고 나머지 2개는 파이프 없이 그냥 피웠네요."

사건 현장에 A씨 이외에 적어도 2명이 더 있었다는 말이다.

1893년 아서 코난 도일이 발표한 소설 '장기입원환자'의 한 부분이다. 1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건현장에 남겨진 담배꽁초는 증거물로써 사건을 해결하는데 유용한 실마리가 된다.

현대의 유전자 감식은 범인을 잡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담배에는 범인의 침 등의 타액이 묻기 때문에 여기서 유전자를 뽑아낸다. 특히 부패되거나 오염된 담배꽁초도 유전자 감식 성공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따르면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담배꽁초에서 유전자 정보 외에 사건 해결에 필요한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담배가 기호품인 만큼 개인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해 어떤 종류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사건 현장에 있었는지 추적해 낼 수 있다.

국과수 남부분원에는 100여종의 담배를 디자인과 길이, 상표 색 등으로 구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새롭게 출시되는 담배도 계속 추가하고 있으며 이를 스마트폰 프로그램(앱)으로 개발 중이다.

정확한 유전자 정보를 얻기 위해 현장에서 담배꽁초를 수집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습도가 높은 환경, 특히 젖은 재떨이에서 수집시 반드시 건조할 것 ▲많은 담뱃재는 유전자 추출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적당히 제거할 것 ▲담배꽁초를 수집한 장소를 정확하고 자세히 적어 둘 것 등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담배꽁초의 올바른 수집과 담배에 대한 새로운 시각, 그에 대한 연구는 경찰의 사건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