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 청소년의 꿈과 재능을 지원합니다"

2013-02-01     김지훈 기자

 "초등학교 시절 아픈 일을 겪은 후, 요동치는 밤의 바다처럼 내 안의 나는 헤매는 시절을 보냈어요. 그 아픔 속에서 끊임없이 독서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해 탐구했지요. 책은 저마다의 의미를 갖고 저마다 내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 글은 순탄치 않던 가정사로 방황하던 시절을 독서와 자신에 관한 탐구를 통해 홀로 이겨내야만 했던 나모(18) 군의 자기소개서 내용 중 일부다.

자신의 아픔을 글로써 치유하며 문학인을 꿈꾸던 나군. 나군은 이제 강북구 문학분야 재능장학생으로 선정되면서 문학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문학가의 꿈을 좀 더 선명하게 꿀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모가 돌아가는 바람에 이모와 함께 지내며 독학으로 그림을 익혀온 한모(17) 양은 미술분야 재능장학생으로 선정되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미술학원을 다니게 됐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미술분야 재능장학생을 선정하기 위해 진행된 현장 실기테스트에 참여한 심사위원들 모두 박양의 재능을 극찬하며 그를 장학생으로 선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구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 강북구는 넉넉치 않은 형편 탓에 재능을 꽃피울 기회를 갖지 못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1기 재능장학생 4명을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학생들은 강북구 꿈나무키움장학재단으로부터 1년간 해당 분야와 관련된 특기수업비 명목으로 300만원씩을 지원받게 된다.

이 장학재단은 문화와 예술, 스포츠와 학습(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등 형편이 안 돼 재능계발은 꿈도 못꾸는 강북구 내 유아와 청소년을 발굴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학분야 장학생으로 선발된 나군은 "나의 재능을 인정해준 데 대해 꼭 보답하겠다"며 "능력을 갖추게 되면 반드시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술분야 재능장학생으로 선정된 한양의 이모 유은경(45)씨는 "사춘기다 보니 창피해하기도 하지만 조카에게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얘기한다"며 "꿈을 위한 지원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번 장학재단은 구로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구는 지난 2011년 3월 '강북구 꿈나무키움 장학재단 설립 및 운영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뒤 1년이 지나서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법인 설립을 허가받았다.

이후 구민 등을 대상으로 기탁금 모금 운동을 전개해 구민 800여명으로부터 7억7000여만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조례가 구의회를 통과했을 때도 기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며 "지금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박 구청장은 이어 "사회적 관심만 있으면 충분히 클 수 있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며 "많은 구민이 참여해 함께 키워나갔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학재단의 안정적인 운영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최소 100억원 정도의 기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재단의 출범과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구민이 참여해 돈을 모았다는 데 의의가 있긴 하지만 8억원 만으로는 운영이 힘든 게 사실이다"며 "2~3년 이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무엇보다 선발과정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져 투명성을 유지해야 하며, 선발된 학생에 대한 관리도 지속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관계자는 "800여명이라는 적지 않은 구민이 참여하긴 했지만 아직 정기기부자가 100명이 채 안 되는 등 걸음마 단계"라면서도 "많은 구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구민이 아니더라도 ARS모금전화(060-700-1201) 한 통으로 1000원을 기부할 수 있다"며 "아이들에게 꿈을 준다는 마음으로 많은 시민이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