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서 공정커피까지'…서울시청 사용법은?
앞으로 서울시청을 찾는 시민들은 행정서비스뿐만 아니라 여가서비스도 즐길 수 있게 됐다.
볼거리, 마실거리, 즐길거리를 두루 갖춘 서울시 '시민청(市民聽)'이 12일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되기 때문이다.
시민청은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서울시'라는 기치 아래 서울시 신청사 지하 1~2층에 7842㎡(약 2372평) 규모로 조성됐다.
시민청의 '청(聽)'자는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시정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의미를 상징하듯 시민청의 현판은 커다란 귀 모양으로 제작됐다. 설계에도 시민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했다는 것이 시측의 설명이다.
개관을 이틀 앞둔 10일 낮 찾은 시민청은 시민들을 맞기 위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시청 정문 옆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와 계단,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내려오면 누구나 곧바로 시민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공간은 기본적으로 비정형으로 구성돼 기하학적 미(美)가 돋보였다. 시를 상징하는 빨강, 초록, 노랑 등 10가지 색으로 도색된 벽면은 크고 작은 구멍이 나 있어 치즈 조각 같은 느낌을 줬다.
지하 1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청사 건축공사 현장에서 출토된 보물급 유물들을 전시한 군기시유적전시실. 영화 '신기전'에나 나올법한 조선시대 로켓과 대포 등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물출토현장 위에 강화유리를 깔아 발밑으로 유물들을 입체적으로 들여다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군기시유적전시실 옆에는 소규모 콘서트나 만남의 광장 등으로 활용될 '활짝라운지'가 마련됐다. 돛단배 모양의 데크를 분리 조립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게 눈길을 끈다.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섰다면 '시민청 갤러리'를 찾아보는 게 좋을 듯 싶다. 이곳에 상주하는 전문 사진가가 무료로 사진을 찍어준다. 찍은 사진이 갤러리에 전시되면 액자와 함께 소정의 선물도 받아볼 수 있어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다.
이웃한 '소리갤러리'에서는 아름다운 소리로 귀를 정화시킬 수 있다. 초등학교 점심시간의 아이들의 웃음소리, 노량진 수산시장의 경매 소리 등은 이채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서울시에 쓴소리를 하고 싶으면 '시민발언대'에 올라가 발언에 나설 수도 있다.
공정무역제품을 전시·판매하는 공간인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에 들르면 커피, 초콜릿 등을 즐길 수 있다.
시중 커피전문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향의 커피를 한잔 마시면 판매 수익 일부가 가난한 나라의 커피노동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미각과 측은지심,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셈이다.
지하 2층에 조성된 '동그라미방'은 세미나나 토론 등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공간을 손쉽게 분리하고 통합시킬 수 있어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근처 '태평홀'은 구청사의 태평홀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다. 100명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이벤트홀로 결혼식장으로 안성맞춤이다. 시는 시중 결혼식장 사용료의 3분의1 수준인 500만원대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시는 시민청이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문화·예술·학술·토론행사의 장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시에 결혼식, 성인식 등 각종 이벤트를 치를 수 있는 추억의 장소로 이용되길 원하고 있다.
시설운영은 서울문화재단이 맡되 시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해 다채로운 행사진행이 가능토록 했다.
"쌍방향 소통과 경청의 공간이자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시민생활마당"이라는 게 김선순 시 시민소통기획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