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팍팍한 서민의 삶]골목 빵집 습격 '공룡들의 질주' 언제까지

2013-01-11     이인준 기자

"처음에는 주변에 대기업 빵집들이 들어서도 먹고 살만큼만 벌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하다. 우리가 대기업 베이커리처럼 대단하게 빵을 만들어 파는 것도 아니고…. 왜 조그만 동네빵집 바로 옆에 점포를 여는지 모르겠다."

제주도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A(56)씨는 17살 때 베이커리 기술을 배워 제빵 업계에 입문했다고 했다.

처음 업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만해도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밥은 먹고 산다"고 귀띔해준 선배들이 많았다. '욕심부리지 않고 한 우물만 파라'는 소박한 희망에 불피를 지핀 계기다.

제과제빵업계는 자포자기 상태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기준 동네빵집 수는 8034개로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3489개보다 두 배 이상 많았지만 2011년 들어 전세가 역전됐다. 동네빵집 수는 5184개로 줄었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수는 5290개로 늘면서 차이를 벌려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 외에 대형마트들의 수퍼슈머마켓(SSM) 등 신유통채널을 통한 베이커리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홈플러스, GS,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들은 베이커리 시장에서 새로운 위협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는 게 제빵업계에 20년 이상 몸 담은 제빵사들의 체념 섞인 결말이다.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해 대기업들의 '골목 상권 위협' 논란이 벌어지면서 일부 대기업들이 속속 철수했지만 사태가 호전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공룡들이 호시탐탐 초원을 내달릴 채비를 차리는 형국이다.

최근 카페베네는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빵 사업'을 들고 나왔다. 한화 등 일부 대기업들도 여전히 베이커리 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빵 시장이 포화상황이지만 빵은 여전히 아이스크림이나 도넛 등 다른 간식거리에 비해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다"며 "제2, 제3의 카페베네가 나오면서 시장에 다시 경쟁을 촉발시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