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공약 전문가 진단① 일자리정책
'늘·지·오'로 고용의 질 업…"혁신성 부족"
경기침체로 인한 청년고용의 부진은 18대 대선에서도 큰 화두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지금 있는 일자리는 지키고, 고용의 질은 올리겠다는 '늘·지·오' 정책을 중심으로 행복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은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해 청년층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정부와 대기업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청년 창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법을 제정해 이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토록 하고, 저소득 비정규직의 고용보험·국민연금 보험료 전액을 정부가 부담한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현실성 있고 안정적인 정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청년고용이 시급한 현 시점에서 보다 많은 일자리창출이 가능한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지는 못했다는 견해를 보였다.
◇박지순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현실성은 있지만 기존정책의 연장선에 있어 개혁성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또 기존 정책이 얼마나 효과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은 이전에도 있어 왔지만 현실적으로 적용이 잘 되지 않는 면이 있다. 그동안 현실적용이 어려웠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까지 제시했어야 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고민을 했다고 생각되는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문제는 뗄 수 없어 현실적 측면을 감안해 당장 조급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점진적으로 시간을 두고 로드맵을 짜야한다.
당선자나 새누리당의 성향으로 볼 때 획기적으로 변화된 일자리 정책이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기존의 안정적 틀을 유지하면서 정책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안정적이고 예측이 가능한 측면은 있다.
노사정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통해 고용·노동정책을 풀어가겠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경제민주화나 다양한 정책을 통해 기업의 경영계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은 어느 정도 있지만 당선자가 노동계를 설득시킬 수 있는 카드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노사정위에서 노동계의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내느냐가 실효성의 척도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선이 된 이후 일자리나 근로환경 개선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구상하겠지만 후보시절 내놓은 정책이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위문이 들고, 구체적인 정책실현 계획이 보이지 않으며 진일보된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
박 당선자의 가장 큰 장점은 실천이 가능한 정책을 내놨다는 점이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게 되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정규직의 노동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이 줄어들게 되는데 당선자는 이 부분에 있어 일자리의 양과 질을 적절히 고려했다고 생각된다.
고용은 민간에서 성장이 뒷받침돼야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선자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규제를 지양했다. 당선자의 고용노동 정책 중 현실성이 낮아보이는 정책은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청년층 일자리를 늘리는 연계하는 일자리 나눔형 근로시간 단축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현실을 고려해 임금피크제와 60세 정년법제화 등 중장년층의 일자리 만들기 등 폭넓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했다.
창조경제를 통해 지금까지 없던 일자리를 만들고 농업과 제조업 등 기존 전통산업과 서비스업에 정보통신기술이 포함된 과학기술을 융합해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부분도 새롭다.
◇김유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당선자가 내놓은 일자리와 노동정책은 대체적으로 빈약하다. 현재 내세운 노동정책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 현 정부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역시 현 정부의 2년을 근무하고 그 일자리가 계속 필요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수준에서의 공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장을 동반해야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논리는 2008년 글로벌위기를 겪고 나서 전세계적으로 후퇴했다. 그런데 당선자의 고용노동정책은 이 같은 전통적인 논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성장이 된다고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7.5%로 전체 실업률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청년들이 아르바이트할 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갈만한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하기 위해 청년들이 갈만한 일자리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만들어야 하는데 당선자의 현 정책만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