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형공사 '턴키방식' 중단, 담합․비리 근절한다

불가피한 경우 ‘설계적합 최저가 방식’제한적 실시, ‘손해배상 예정액제’ 도입

2012-11-27     안희섭기자

서울시가 300억 이상 대형공사에 관행적으로 적용돼 온 턴키발주(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를 원칙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입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체 간 담합과 심의위원 로비 등의 각종 비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공공기관에선 전국 최초다. 25개 자치구에도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입찰담합․비리행위 업체엔 입찰 불이익을 적용해 처벌 실효성을 높였으며, 시가 입은 피해 금액을 보상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던 입찰심의과정엔 시민 참관을 허용하고, 실시간으로 인터넷 중계함은 물론 관련 회의록, 심의평가결과서 등의 자료도 서울정보소통광장에 모두 공개, 과정상의 투명성도 담보했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대형건설공사 입찰 및 계약관행 4대 혁신방안’을 발표, 앞으론 어떤 경우라도 건설공사와 관련해 입찰담합 및 각종 비리를 저지른 업체가 서울시 각종 공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비리업체와 인연을 끊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턴키발주 원칙적 중단 ▴공정성 확보 ▴담합 일벌백계 ▴중소건설업체 참여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4대 혁신방안을 추진한다.
첫째, 모든 건설공사에서 단 1%의 비리도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턴키방식을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기존 대형공사를 제외한 모든 건설공사에서 적용돼온 '설계시공분리입찰' 방식을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뿐만아니라 SH공사 등 산하 전 공기업에도 동일 적용한다.
턴키방식은 설계와 시공을 일괄 계약하는 방식으로서 그 동안은 공사기간 단축, 책임소재 일원화 등의 장점이 있다 하여 주로 지하철 공사, 도로공사, 대형건물 신축 등 300억 원 이상의 공사에 적용돼 왔다.
단, 불가피하게 턴키발주로 시행해야 하는 공사는 설계기준점수(75~85점) 이상인 자 중에서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으로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턴키발주가 불가피한 경우는 서울시에서 최초로 시도돼 기술력이 축적되지 않거나, 하자책임이 불분명하고, 난이도가 높은 공사 등 기타공사 시행과 비교해 현격하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공사에 한한다.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은 설계점수가 기준 점수 이상이면 되기 때문에 최고점수를 취득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불필요하게 돼 심의위원에 대한 로비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기존 턴키공사 심사방식인‘가중치 기준방식’등은 향후 턴키공사에 대한 성과평가의 연구결과에 따라 시행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둘째, 서울시는 그동안 발주부서와 입찰참가업체 관계자만 참석해 비공개로 진행했던 설계평가회의를 전국 최초로 시민참관을 허용, 투명성 확보에도 힘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심의과정을 실시간으로 인터넷 중계하고 녹취(속기록)로 작성한 회의록(7일 이내), 심의평가결과 및 평가사유서(1일 이내) 등 심의 관련 모든 자료를 서울시 홈페이지 ‘서울정보 소통광장’에 모두 공개한다.
셋째, 앞으로 입찰담합이나 비리 사실이 있는 업체는 사실상 서울시 공사는 낙찰할 수 없게 된다. 서울시는 입찰담합이 서울시에서만이라도 더 이상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일벌백계의 처벌’기준을 마련,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담합으로 확인된 경우 2년간 입찰참가를 제한하기 위해 서울시와 업체간 상호 서약인 '서울시 청렴계약이행서약서'에 이에 대한 내용을 명시 하도록 하였다. 이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뿐만아니라 SH공사 등 산하 공기업에서 시행하는 모든 공사에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입찰담합으로 입찰참가자격제한을 받은 업체가 재제조치기간 중 정부의 사면 등을 받아 다시 입찰에 참가한다 하더라도 원천적으로 낙찰을 받을 수 없도록 턴키심의 시 적발일로부터 4년간 10점 감점 처리하도록 했다. 최근 5년간 업체별 설계점수 평균격차는 1위~2위 5.0점, 1위~최하위 6.6점이다.
넷째, 서울시는 그동안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적인 문제로 대형공사 참여에서 사실상 배제되어 온 중소건설업체의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초대형 건설업체와 중소건설업체의 상생 건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사규모에 따라 '중소건설업체 참여범위를 의무화'하고, '관련규제도 간소화'한다.
우선 앞으로 턴키공사를 포함한 3백억원 이상 1천억원 미만의 모든 건설공사는 주요공종에 2개 업체 이상의 중소건설업체가 참여토록 하고, 1천억원 이상의 초대형 공사는 3개 업체 이상이 참여토록 했다. 주 공종은 가장 대표적인 공사를 말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도로건설 공사를 하면 토목이 주 공종이 된다.
시는 시행하면서 나타난 문제점과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확대(추정가격 1,000억원 → 500억원, 참여기업수, 참여지분율)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설계비 등 초기비용 부담을 저감시키고, 기념성․상징성․예술성 등이 필요한 시설물공사나 시급을 요하지 않는 대형공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초기 입찰부담 비용이 적은 기술제안입찰을 적극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대형공사 입찰 및 계약관행 4대 혁신방안’이 시행되면 공정한 룰 속에 서울시 건설공사 입찰과정이 보다 투명하게 처리돼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고, 건설 환경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울러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의 의지와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만큼 모든 건설업체가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