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사퇴…포털·카카오 '좋다 말았네'

2012-11-26     백영미 기자

 망중립성 원칙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던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후보직을 내려놓으면서 포털업체와 카카오의 부풀었던 기대감이 시들해지게 됐다.

사퇴 전 안 전 후보는 대선후보 중 누구나 차별 받지 않고 인터넷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나타냈었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는 망중립성 원칙을 찬성하면서 법제화를 비롯해 이용자와 사업자 그리고 정부 등 모든 이해당사자가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인터넷망열린위원회' 설치를 내세웠었다. 안 전 후보는 "누구나 원하는 콘텐츠, 서비스, 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최종 이용자 권리의 법제화와 인터넷망열린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통사들과 포털·콘텐츠 업체들이 망중립성을 둘러싸고 대립해왔는데 포털·콘텐츠 업체에 힘을 실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트래픽 과다 유발 사업자는 망 이용 대가를 추가로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통사의 망을 빌려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다음, 네이버, 카카오톡 운영업체 카카오 등은 망중립성을 제기하며 이에 맞서왔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과 관련, 트래픽(데이터양) 관리 기준 등 가이드라인이 이통사의 입장에 편중돼 있어 망중립성에 위배된다고 반발했다.

안 전 후보는 "이통사 주장대로 콘텐츠 사업자가 이통사의 망을 빌려쓰면서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지, 트래픽 급증에 따라 투자비가 많이 증가했는지 합리적으로 따져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구성한 망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의 망중립성 관련 정책 마련 과정 등도 투명하게 공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 쪽에 무게를 실었다.

문 후보는 망중립성 원칙에 찬성하면서도 법제화는 유보했다. 문 후보는 "통신사업자가 경쟁 제한을 목적으로 특정앱이나 서비스를 자의적으로 차단해서는 안 된다. 이용자와 콘텐츠 사업자 중심으로 망중립성 원칙이 수립돼야 한다"면서도 "법제화가 유일한 방안인지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 역시 망중립성 원칙에 찬성하면서도 법제화는 규제환경과 국내 ICT(정보통신기술)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 후보는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단 법제화는 나라별로 인프라나 시장상황이 차이가 있고 ICT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망중립성이용자포럼 관계자는 26일 "현재 대선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망중립성을 포함한 IT공약이 다소 추상적"이라면서 "말 뿐인 공약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IT공약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 국민에게 명확한 판단 근거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