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사실에 직업·학력 속인 결혼, 혼인취소"

2012-11-25     조현아 기자

 사기 전과에 직업, 학력까지 속인 채 결혼한 30대 남성이 결국 아내에게 들통나 혼인을 취소당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부(부장판사 이태수)는 아내 A(35)씨가 남편 B(33)씨를 상대로 낸 혼인취소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B씨는 원고와 혼인을 취소하고, 결혼비용과 예물비, 위자료 등 모두 1억1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0년 5월 영화 동호회에서 B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B씨는 A씨에게 자신을 "서울 명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무역회사에 다니고 있고, 서울 신림동에 전세를 낀 29평짜리 아파트도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둘은 2011년 10월 결혼식을 올렸고,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몇개월이 지나지 않아 이들의 단꿈에 젖은 신혼은 깨지고 말았다.

B씨가 지난 1월 결혼 전부터 수년간 보험사기를 쳐 54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게 된 것이다. 법정구속 될 처지에 놓인 그는 이 사실을 모르는 아내 A씨에게 '일본으로 출장을 간다'며 속였다,

그러나 B씨의 여권이 집에 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A씨는 남편의 회사를 알아보기 위해 건강보험공단 등에 확인했으나 B씨가 무직상태라는 것을 알게됐고, B씨의 형으로부터 B씨가 구치소에 수감된 사실까지 듣게됐다.

B씨가 2억5000만원의 전세보증금으로 마련했다던 신혼집도 사실은 월셋집이었고, 아내에게 학력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A씨는 B씨가 자신을 기망했다며 법원에 이혼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씨는 아내에게 거짓으로 직업, 학력, 신혼집 계약 상태 등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보험사기로 수사를 받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며 "이러한 행위는 혼인 여부의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망행위로서 '사기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또 "B씨의 기망행위에 따라 혼인이 취소돼 아내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에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위자료 액수를 5000만원으로 정하고 재산적 손해배상과 원상회복으로 6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