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인수전' 대한항공 현대重…'같은 목표, 다른 행보'
대한항공 '적극적' vs 현대重 '신중함'
국내 유일의 항공완제기 생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를 위해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양 기업이 'KAI 인수'라는 같은 목표를 놓고, 다른 행보를 보여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04년 이후 4번째 도전하는 대한항공은 적극적으로 KAI인수와 관련 다양한 내용을 알리는 반면, 현대중공업은 KAI인수에 참여한 기업이 맞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조용한 움직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발 빠른 움직임과 항공우주 관련 사업의 경험 등을 내세워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8월 1차 KAI 매각 입찰에서 대한항공만이 유일하게 예비입찰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국가계약법상 국유재산의 경우 유효경쟁이 이뤄져야 함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정부가 주도하는 계약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수의 입찰자가 참여하는 유효경쟁이 이뤄져야만 한다. 다만, 경쟁 입찰을 2회 실시했음에도 입찰자가 하나뿐일 경우에는 단독 입찰자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2차 KAI 매각 입찰결과, 막판에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참여하며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이때부터 대한항공은 임원들의 행사 및 항공우주 관련 사업을 통해 KAI 인수자로 대한항공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KAI 인수에는 2년여 만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경영전략본부장이 직접 진두지휘를 하며, KAI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0년 실적 발표 때 이후 모습을 감춘 조 전무는 올해 실적발표 및 기업설명회 자리에 참석해 "KAl는 지금 입찰이 진행 중이라 전략 등에 대해 공개하기는 힘들다"며 "기본방향은 적정가에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KAI는 항공업을 해 본 업체가 인수하는 것이 맞다"며 "대한항공은 항공사이지만 항공기 제작업도 하고 있으며, 경험만 따져서는 (현대중공업보다) 대한항공이 우위"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도 '2012 한국광고주대회' 세미나 직후 KAI 인수와 관련 "일각에서는 KAI 인수를 두고 현대중공업과 경쟁 구도에 대해 많이 애기하고 있는 상대를 신경 쓰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대한항공은 KAI 인수 후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30여명의 실사단을 꾸려 KAI의 예비실사에 참여하면서도, 관련 사업을 통해 시너지 극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9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부산시와 항공기 제조 산업의 산실인 테크센터 내 23만 규모의 제2테크센터 조성 등을 포함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제2테크센터 내에 항공기 조립공장, 복합재 공장, MRO센터, 민항기 국제공동개발센터 등 첨단 설비를 구축, 최고의 항공우주산업 메카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고도 무인기·사단급 무인기·틸트로터 무인기 개발 등 국내 무인기 개발은 물론 인공위성·발사체 등 우주산업 분야 등에도 중추적인 사업 참여하며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아직 KAI 인수를 위한 예비실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말하기는 이르다"며 "KAI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매출액 약 6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하다"고 말했다.
이어 "KAI는 방산, 완제기 생산을, 대한항공 테크센터는 구조물과 복합재 생산 등의 특성이 달라 통합 경영보다는 현대와 기아차의 사례처럼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준철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장은 "대한항공은 2012년 6000억 원 수준인 항공우주사업 분야 매출을 오는 2020년까지 3조원 규모로 키워 나갈 것"이라며 "이로써 아시아 최강의 항공우주업체로 거듭나 대한민국 항공우주사업의 위상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대한항공과는 달리 조용한 분위기속에서 KAI 인수를 준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2차 KAI 입찰 30분 전에 입찰서를 제출할 정도로, KAI 인수와 관련 일관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실시단 규모가 2~3명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현대중공업이 이번 KAI인수에서도 하이닉스 인수전 때와 같이 중도에 포기하거나 대한항공의 인수를 돕기 위한 들러리가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자아내게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실시단은 재무·회계·법률·전략 등 5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2~3명이 있었던 때는 KAI노조 인력이 실사 저지를 위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철수한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은 KAI실사와 관련 외국계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를 선정해 실사 자문을 받고 있다"며 "입찰 진행과정에서 이런저런 애기보다는 KAI인수 때까지 묵묵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KAI인수를 통해 사업다각화는 물론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일 될 수 있다며 KAI인수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항공우주와 선박 등은 당연히 다르지만 같은 제조업으로 중공업에 다 속해있다"며 "현대중공업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오래전부터 항공·우주산업을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미쓰비씨나 가와사키 등 다른 종합중공업 회사들도 항공우주 분야를 갖고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엔진을 만들면서 핵심역량을 이용해 발전사업에 뛰어들기도 하고, 이를 이용해 차량용 전기추진 장치를 개발하기도 하면서 기업을 키워나가야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