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온다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2012-11-17     이예슬 기자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해리 덴트·로드니 존슨 지음, 청림출판 펴냄)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은 디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인이 된 젊은 세대가 일할 자리는 극히 부족하며 일본 정부는 어린이와 교육을 희생하면서 노인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어 가격은 떨어지는 것으로만 알고 있기에 서둘러 물건을 사는 것은 분별없는 짓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콘도를 50만 달러에 샀다가 10년 뒤에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파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섬뜩하게 닮아가는 일본과 한국의 경제를 생각한다면, 한국도 앞으로는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책이 ‘2013-2014 세계 경제의 미래’다.

일본 경제가 오랫동안 대규모 완화정책을 펼쳤는데도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이유를 ‘낮은 출산율’과 ‘인구 고령화’라고 진단한다. 청년층은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부터 집을 사고 자녀를 키우면서 지출을 늘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요인이다. 반면 나이가 들면 퇴직에 대비하면서 돈을 안 쓰고 저축을 늘리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진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대규모 가계부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한국도 마찬가지다. 휘발유나 식료품 등 생산 요인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한 물품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자산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신흥국의 청년층 증가와 중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세가 경제 위축을 상쇄할 것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인구 고령화와 세계경제의 둔화로 경착륙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신흥국 경제의 탁월한 성장세에도 여전히 세계 GDP의 65% 이상은 선진국에서 나온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미국의 생활수준은 구매력을 조정한다 해도 중국에 비해 6배가량 높다.

달러가 오히려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올라가고 금과 은을 비롯한 상품과 주식은 버블이 터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동산은 모든 사람들이 더 이상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 여기는 바로 그 시점에 또 한 차례 하락세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경제를 침몰시켰던 고수익-고위험 투자 기법을 피하고 현명하고 신중하게 투자하라”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