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 긴박했던 39분…국회 속기록

2011-11-25     박주연 기자

▲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정의화 국회부의장에게 최루가루를 뿌리자 경위들이 정 부의장을 보호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처리된 22일 국회 본회의 당시의 상황이 24일 뒤늦게 공개됐다.

여야 의원들은 비공개로 진행됐던 이날 본회의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FTA 비준안과 이행법안들을 모두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39분이었다.

박희태 국회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위임받은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당초 오후 4시 본회의를 개회하려 했으나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으로 4시24분에 회의를 개회했다.

정 부의장은 국회 경위들의 경호를 받으며 의장석에 착석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단상 앞으로 몰려와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날치기 한·미 FTA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 나라에 고통을 주는 날치기 처리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다른 야당 의원들도 이에 동조했다.

정 부의장은 회의 진행에 앞서 '본회의 비공개건'을 표결에 부쳤다. 야당 의원들은 "공개하라!", "쿠데타야, 쿠데타"라고 소리를 질렀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대한민국 국민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이에 대해 "지금 보라. 이런 모습을 보이니까 공개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맞대응했고, 야당 의원들은 "강행처리 하니까 그러지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결처리가 진행되는 중 야당 의원들은 "독재의 아들들입니까", "왜 중계방송도 안 해"라고 소리를 높였고, 정 부의장은 "아무것도 두려운 것은 없다"며 "다만 우리 대한민국 국회가 이런 추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줘서…"라고 답했다.

본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면서 정 부의장은 "언론인들은 의사진행에 협조해 주기 바란다"며 취재진들을 방청석에서 내보냈다. 야당 의원들은 "나가지 마세요", "왜 비공개야", "역사가 심판하도록 공개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4시28분. 한·미 FTA 비준안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토론을 신청했고, "합의해서 하세요. 뭘 일방적으로 강행처리 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결이 시작되자 "최악의 독재정권이다", "나라의 미래를 날치기합니까"라는 항의가 봇물을 이뤘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단상 밑에서 "토론 신청했잖아요! 토론 안 하면 이 투표는 무효입니다. 위법이라고 이미 확인된 바 있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정 부의장은 야당 의원들이 심하게 반발하자 "폭력은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야당 의원들은 "무슨 폭력이야"라고 맞섰다.

비준안이 가결됐다. 야당 의원들은 "무효"를 연호했다. 사이사이 "야, 이 도둑놈아!", "야, 이 강도 같은 놈아!", "을사조약이 부활했어", "군사정권 환생했냐"라는 항의도 빗발쳤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최루탄 국회 물러가라"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맞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다 해 먹어라! 다 해 먹어"라고 비난했다.

정 부의장이 FTA 이행법안을 상정하자 야당 의원들은 "이 날강도 같은 놈들아", "당신은 매국노다",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며 강하게 저항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만해", "역사가 뭘 판단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행법안 표결처리 중 한 야당 의원은 정 부의장의 의사봉을 빼앗으려고 했고, 정 부의장은 "그러지 마"라고 소리 질렀다. 야당 의원들은 계속 "무효"를 연호했다.

표결이 계속 진행되자 한 야당 의원은 "참, 거수기들 자랑스럽다. 열심히 투표하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안건처리가 끝나자 정 부의장은 "오늘의 현실은 아직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요원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정치가 우리나라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아서 의장의 한 사람으로서 비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이어 "오늘 몸싸움하는 모습이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또 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알려져서 우리의 후진적인 모습이 세계인들의 조소거리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회의가 끝난 후 단상에서 "정의화 부의장! 역사의 죄인이 될 거야!"라고 울분을 토했다. 오후 5시3분, 개회 39분만에 본회의는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