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전력수급 비상]전력예비력 '마이너스' 추락 가능성 고조
영광 3,5,6호기 합쳐 300만㎾ 손실...월성1호 재가동 못하면 더 '끔찍'
"최악이다."
전력당국 관계자가 올 겨울 전력수급을 걱정하며 한 말이다.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할 정도로 전력사정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11일 지경부 등 전력당국에 따르면 위조서류 부품으로 영광 5, 6호기가 지난 5일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간 가운데 계획예방정비 중이던 영광 3호기마저 문제가 생겨 언제 가동할지 불투명하다.
영광 3호기 정비기간은 당초 오는 23일로 돼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문제가 된 원자로헤드 관통관 부문을 용접으로 때울 계획이다.
관통관을 통째로 교체하는 것보다 시간은 짧게 걸리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수원은 9일 오후 자료를 통해 "영광 3호기 예방정비가 계획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정비를 한다해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 그것도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올 연말까지 정비기간을 늘리기로 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래서 안전만큼 우려되는 것이 전력수급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5일 열린 비상전력수급회의에서 "예년과 차원이 다른 수급 계획을 세우라"고 전력사에 지시할 정도로 전력당국이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
당시 홍 장관의 발언은 영광 5, 6호기만 정지됐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였는데 영광 3호기까지 가동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감안했다면 메시지 강도는 더 강력했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서 올 겨울철 최대 전력 피크 수요를 8018만㎾로 예상했다. 최대 공급량은 8213만㎾로 전력예비율이 100만~200만㎾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겨울철 전력공급량은 에너지원별 발전량에 계획예방정비 물량을 가감했다. 또한 장기 정지중인 울진 3, 4호기는 제외되고 67만kW급 월성 1호기는 재가동을 전제로 가용 전력에 포함시켰다.
11월 현재 공급 발전량은 원자력 2071만6000㎾, 유류 525만3000㎾, LNG 2188만5000㎾, 양수 470만㎾, 석탄 2512만8000㎾, 신재생(수력포함) 405만6000㎾ 등 총 8173만8000㎾인데 에너지원별 발전량은 겨울철 공급량과 거의 유사하다 보면 된다.
지경부는 지난 여름과 같은 전절운동을 전개한다면 예비력을 11~12월에는 275만~540만㎾, 1~2월에는 230만㎾선까지 유지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영광 5, 6호기가 정지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100만㎾급인 원전 2기가 정지되면서 200만㎾가 빠졌다. 계산대로 라면 11~12월에도 최대 피크전력시간대의 예비력은 75만~240만㎾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만일 75만㎾까지 예비력이 내려간다면 전력예비율 경보단계는 '심각' 으로 비상시 광역정전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영광 5, 6호기의 정비가 내년까지 내려간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예비력은 30만㎾까지 추락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영광 3호기 가동 정지 우려까지 겹쳤다.
영광 3호기는 계획예방정비 기간만 끝나면 당장 전력감이었다. 100만㎾다. 우려대로 전력외가 된다면 영광 5, 6호기와 합쳐 300만㎾가 빠져나간다.
이 경우 최악에는 예비력이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최상이라도 예비력은 240만㎾에 불과하다. 만일 재가동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월성1호기까지 시간을 더 끈다면 예비력은 더 바닥이 된다.
자칫 일본과 같이 계획정전을 하지 않는다면 지난해의 9.15정전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한수원은 "겨울철 전력피크에 대비해 영광 5,6호기에 교체해야할 미검증품 5233개 확보에 나서 25일부터 확보된 검증부품을 투입하겠다"며 "교체작업은 1주일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 재가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원전사고로 안전과 전력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국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