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무수행 부상 경찰, 가해자와 민·형사상 합의 가능"

2012-11-08     천정인 기자

공무집행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경찰이 가해자 측에게 합의금을 받은 것은 징계사유가 아니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심준보)는 서울 지역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이모(56)씨가 "징계 처분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 및 징계부과금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부상을 입는 등 재산적·정신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적절히 배상받을 권리가 있다"며 "경찰관에게 민사적으로 화해하거나 형사적으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 없도록 한 경찰청장의 지시는 적법한 직무명령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씨가 합의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가해자 부인 문모씨의 주소를 무단으로 조회한 것과 부상을 입은 낭심 부위의 사진을 문씨에게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징계사유라고 판단했다.

다만 "가해자 측과 부상 정도에 대한 이견 차이를 보이다 사진을 보여 준 것일 뿐 희롱할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합의가 끝난 뒤 태도가 돌변한 가해자 측을 고려하면 교활한 가해자에게 경찰관이 농락당한 측면도 있어 강등은 너무 과도한 처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해 8월 성추행 피의자 강모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해 파출소로 돌아가던 중 강씨에게 낭심을 가격당해 부상을 입었고, 합의를 원하던 강씨 측에게 합의금으로 3000만원을 지급받고 합의서를 작성해 줬다.

그러나 합의를 끝낸 강씨는 '일방적으로 거액의 합의금을 경찰관에게 지급했다'며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소속 경찰서 징계위원회는 "합의 불가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합의 과정에서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며 이씨에게 강등 및 징계부과금 처분을 내렸고, 강씨는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대부분 기각되자 소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