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민상 대상' 봉사여왕 삼순씨 "제가 행복해서 하는걸요"
"땀을 비 오듯 쏟으며 어르신을 씻겨드리고 나면 마치 내가 목욕을 한 기분이 든다. 봉사활동은 상대방과 나 모두를 위해 하는 것이다"
'제21회 강남 구민의 상'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송삼순(53·여)씨는 15년 넘게 개포4동 자율방범봉사대와 의용소방대원, 대한적십자사, 한국자유총연맹 등 다양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봉사활동을 "소득을 바라지 않고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내가 봉사를 하러 가기 위해 교통비를 쓰고 시간을 들여 가서 느낄 수 있는 뿌듯함, 그 뿌듯함으로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처럼 참된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그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조금 남달랐다.
건강하던 남편이 갑작스럽게 B형 간염으로 세상을 떠난 뒤 어린 딸과 남겨진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 막막하고 두려웠다고 한다. 당시 34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했으나 3년도 채 함께 하지 못하고 사별을 했던 것이다
더욱이 돈을 벌기 위해 전라도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연고도 없었던 탓에 한없이 밀려드는 외로움과 싸워야만 했다고 한다.
그는 "남편이 죽고 난 뒤 무서움과 두려움에 집착하기 시작한 나를 발견했다"며 "당시 외로움과 무서움을 이겨내기 위해 자율방범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약 15년 전 봉사활동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이어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무서움이 자리 잡고 있던 마음이 즐거움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방범 활동을 하며 특별한 일을 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술에 취해 쓰러진 사람들을 집에 바래다주고, 무거운 짐을 들고가는 노인을 도와주는 게 주된 일이었다고 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누군가를 돕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차츰 주변에서 그의 존재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녹색어머니회, 자유총연맹, 생활안전협의회, 의용소방대, 대한적십자사 등 셀 수 없이 많은 곳에서 그를 찾았다.
그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나는 게 좋았다고 한다. 오히려 "당시 하루 종일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며 생계를 책임지는 처지라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없던 게 아쉬웠다고 한다.
동사무소 계장의 추천으로 2006년부터 대한적십자사와 인연을 맺으면서 그의 활동 폭은 더 넓어 졌다. 그는 태안 기름유출 현장과 강원도 물난리 현장 등에 찾아가 현지 주민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다양한 활동을 해온 그지만 정작 서류상으로 남겨진 활동시간은 많지 않다. 그래서 올해 구민의 상 봉사상 부문에 추천을 받았을 때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상을 바라고 봉사활동을 해온 게 아니었기에 주변에서 봉사활동 시간이 너무 적다며 떨어질 거라는 말을 할 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오히려 떨어져도 괜찮다는 말로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켰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대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자신이 대상을 받을 만큼 열심히 활동을 해왔는지 돌아보며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너무 큰 상을 받게 돼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아직은 조용히 찾아가 설거지를 해드리고 씻겨 드리고 하는 그 자체만으로 너무 행복하다"며 "딸과 둘이서 어렵게 살다 보니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고 오늘의 그가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딸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예전에 딸이 고등학생일 때 '송삼순이 동네 엄마지 내 엄마냐'고 말하며 대들기까지 했었는데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 간호학과에 입학했다"며 "잘 보살펴주지 못했는데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남구청 본관 출입구에는 역대 구민의상 대상 수상자의 핸드프린팅이 보존돼 있다. 이 자리에 수많은 사람을 대가 없이 도와온 송삼순씨의 핸드프린팅도 영구 보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