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호1년 ]전임 시장들의 그림자 지우기 숙제로…

2012-10-25     김지은·김지훈 기자

 오는 27일이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정살림을 책임진 지 꼭 1년이 된다.

올해 초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한 박 시장은 "지금은 전임 시장들이 한 것 치우기도 바쁘다. 요란하게 무엇인가를 하기보다는 서울시가 당면한 현안을 꼼꼼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각에 따라서는 푸념으로 들릴 수 있지만 지난 10여년간 전임 시장들이 추진한 사업이 현재도 유효한 것만은 분명하다. 또 이는 위험부담이 크고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이기도 하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 뉴타운 등 주택정책과 예산이 많이 드는 대규모 토목사업이 대표적이다.

후보시절 공약이었던 7조원 채무 감축도 앞으로 박 시장의 주름을 깊게 할 가능성이 크다.

◇뉴타운 매몰비용 어쩌나

박 시장은 지난 1월 이른바 '뉴타운 출구 전략'을 발표하면서 "주민의 뜻에 따라 재개발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타운 대책의 핵심인 매몰비용이 문제다. 서울 시내 250여개 뉴타운 구역 중 추진위가 구성된 곳과 조합이 설립된 구역 등 100여개의 구역은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을 이미 쓴 상태다.

실태조사가 끝나 해제 구역이 속속 나오기 시작하는 내년에는 서울시 재정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중앙 정부와의 마찰도 크다. 시는 중앙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지만 국토해양부는 조합과 자치단체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이 때문에 최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너무 성급하게 출구전략을 발표해 부동산 시장과 시민 혼선만 초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시는 정부와 평행선을 달리자 복안으로 추진위원회 해산 매몰비용에 대한 국고 지원 및 조합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중이다.

◇대규모 토목사업도 둥둥

박 시장은 취임 1년 동안 과거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대규모 투자·토목사업과 부딪혔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 서해뱃길 사업 등은 중단됐지만 세빛둥둥섬과 한강 예술섬 조성사업 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1년간 시는 신중히 검토해 처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사실상 이를 해결하는데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1930억원이 투입된 세빛둥둥섬의 경우 감사를 통해 계약 과정에서의 특혜를 드러내고 민사소송과 함께 실시협약 변경을 추진중이지만 아직은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남은 임기동안 책임소재와 재발방지 대책을 분명히 하고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예산절감을 이유로 재검토에 들어간 SOC(사회간접자본) 사업도 고민거리다.

시는 9개 경전철 사업과 강남순환고속도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공사를 유보하거나 연기했다.

그중 경전철 사업은 내년 1월 완료 예정인 서울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종합발전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의 경우 사업이 2년 연기되면서 민간사업자에게 300억원을 이자로 지급해야 하는 등 사업이 지연되며 세금이 더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한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등 방재대책을 뒤엎었지만 강남역과 도림천 등 상습침수피해지역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 마련하지 못해 해당 자치구와 주민들의 원성도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전임 시장과의 거리두기가 지나쳐 시민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무 7조 감축 가능할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채무 7조원 감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 시장은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공약은 지켜야 한다"며 "임기 내 채무 7조 감축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 박 시장은 취임 후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9조9873억원이던 시 부채를 지난 6월 18조7731억원으로 1조2142억원을 감축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시는 지난 1년 동안 채무를 감축하기 위해 SH공사의 자산유동화(ABS)를 발행하고 우면지구 토지를 매각 하는 등의 채무 감축 정책을 시행해왔다.

시는 또 올 상반기 동안 1002억원의 체납시세를 징수하고, 각종 사업에 총 498억원의 민간 기부금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절감했다.

더불어 시는 국세에 편중된 조세구조를 개선해 조세 불균형을 해소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시는 지하철 무임수송 비용과 취득세 감면 보전금, 무상보육비 등에 있어 국고 지원을 받기 위해 정부와 협의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채무 감축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시장이 채무감축과 동시에 공약으로 내건 공공주택 8만호 공급에 들어가는 예산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공공주택 8만호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총 11조3000억원. 이 중 시가 마련해야 하는 재원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부와의 마찰이 큰 현 상황에서 조세구조 개선은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박 시장은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임기 내 7조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부채 감축 추세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눈 앞의 이익이 아닌 미래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