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저성장 늪에 빠지나

2012-10-09     이혜원 기자

 한국경제가 저(低)성장의 길로 접어들었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을 2%대로 낮춰 전망한데에 이어 국제기구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점쳤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민간기관들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 2.6%, LG경제연구원 2.5%, 골드만삭스 2.6%, 노무라 2.5%, 무디스 2.5%를 전망했다.

지난 7일 국회예산정책처는 '2012년 및 중기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12~2016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했다.

예산정책처는 "이번 전망은 유럽 재정위기가 세계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유럽 재정위기의 재부각이 가장 큰 경기하강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9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세계경제 전망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연례협의 최종보고서에서 발표한 3.0%보다 0.3% 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IMF는 한 달 만에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는 올해 3.3%, 내년 3.6%로 지난 7월 발표한 전망치(올해 3.5%, 내년 3.9%)에 비해 0.3% 포인트씩 낮게 전망됐다. 하지만 IMF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 미만으로 낮아질 확률을 17%로 추정했다.

IMF는 "유럽의 유로존 위기 해소를 위한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 미국의 재정절벽 방지책 합의 등을 전제한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의 하방 리스크는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들의 경제발전 단계를 보면 저성장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저성장의 문제점은 저성장의 원인이 외부에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내부에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내수보다 국제 경제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상수가 되어버린 유럽의 재정위기와 중국의 성장 둔화, 미국 경제의 부진 등의 외부요인들이 수출여건을 악화시켜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올해 유럽연합(EU)의 경제성장률이 작년 1.6%에서 올해 0%로 추락할 것이라는 IMF의 전망을 기초로 분석한 결과 EU로의 직접수출은 19.0%, 브릭스(BRICS)를 경유한 간접수출은 20.9%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은 총 4.3%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구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부와 민간 기업이 손을 쓸 수 없는 부분이 흔들리기 때문에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대외여건이 이렇게 안 좋아지면 딱히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내수 상황의 악화도 문제다. 우선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채권발행 등을 통해 감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정부는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로 설정했다.

이는 정부가 예상하는 세입이 경제성장률 4%에 맞춰졌다는 소리다. 만약 연구기관들의 예측대로 2~3%의 저성장을 하게 된다면 부족한 세수는 빚으로 지출할 수밖에 없다.

실업률과 가계소득의 하락도 문제다. 한국투자증권 이수정 연구원은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성장잠재력 하락, 실업, 소득분배 악화로 요약된다"며 "성장률 자체도 점차 하락하고 있지만 성장을 해도 고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일정한 발전단계에 이르면 제조업에서 더 이상의 고용이 창출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저성장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업의 혁신과 경제 효율성을 높일 것을 언급했다.

예산정책처는 세제 개혁 등을 통해 기업과 가계의 세금 부담을 줄여 경제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 인구의 감소를 완충하기 위해 출산·양육 복지지출을 늘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보기술(IT) 수출 중심의 불균형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내수와 관련된 제조업·서비스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활동과 자율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라며 "정부가 민간시장에 자율적으로 수익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주 어린 아기는 부모가 일일이 다 간섭하고 신경을 써야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유아기가 지나고 어느 정도 성인기에 접어들었다"며 "민간시장에 맡겨야 경제성장도 따라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