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중앙위, 야권통합 놓고 분열음
민주당 지도부의 야권통합 추진이 상당수 중앙위원들의 거센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23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야권 통합 추진에 대해 논의했지만, 아무 결론도 내지 못하고 차후 회의를 다시 소집하기로 했다.
전체 중앙위원 454명 중 247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일부 당권 주자와 구 민주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지도부의 통합 추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박지원 의원은 "왜 우리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가"라며 "소통 안하고, 밀어붙이고 날치기 하니까 비난하는데 밖에서 당하고 나서 집안에 와서 그 꼴을 쓰려고 하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질서있고 예측 가능하게 통합하자"며 "정치는 합의가 되면 법을 초월할 수 있지만 우리는 합의가 안되고 있기 때문에 당헌·당규와 정당법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랑 고문은 "한나라당 14주년 기념식을 보고 부끄러워 해야 한다"며 "우리가 양당 정치를 주장해 왔으면서 2~3년 밖에 버티지 못하는가. 60년 전통의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새 당을 만들었다가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지면 또 합당할 것인가"라며 "왜 기생 정당이 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최고의원은 또 통합 추진 절차가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민주당이 이래서 '민주'가 없고 '법'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이석현 의원은 "'혁신과 통합'은 정당이 아니라 통합 주선 단체"라며 "신부(진보 정당)가 결혼을 안한다고 하니 중매쟁이랑 결혼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장세환 의원은 "굴욕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당하고 당내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통합은 하되 민주당의 정신은 그대로 녹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시간여 동안 진행된 중앙위원 31명의 자유 발언을 들은 뒤 손학규 대표는 입을 열었다.
손 대표는 "당내 많은 분들이 대권 후보 손학규를 키워주셨지만 제 대선이 중요한 것은 다음 총선"이라며 "총선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느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선거를 겪으면서 위기의식이 커졌던 게 사실"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들고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외쳤지만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위였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범야권 후보 경선 투표를 위해) 장충체육관에 몰려드는 젊은이들을 보며 당원 당직자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이 상황을 극복을 해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컸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통합 전 독자 전당대회를 열자는 주장에 대해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통합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있다"며 "지금까지 진전된 통합 논의가 없었던 일로 된다면 우리 민주당은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지금보다 더 외연이 커진 민주당이어야 한다"며 현재에 집착하지 말고 더 크게 나아갈 수 있도록 뜻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에 통합 추진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는 방안을 의결하려 했지만 일부 중앙위원들이 당헌·당규 위반 문제를 제기해 안건 상정이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