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증시 경기침체 터널 뚫고 유동성장세 온다

2012-09-19     표주연 기자

 '상실의 시대, 투자의 미학'

증시에도 불황의 그늘이 졌다. 지루한 조정장세 속에서 투자자 신뢰마저 잃어버린 탓에 월 평균 주식 거래대금이 100조원을 밑도는 상태다.

문제는 앞으로다. 수출·내수·소비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저성장 궤도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와닿는다.

하지만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우리 경제의 강한 회복 능력은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무너질 위기에 놓인 기업을 다시 세우거나 훗날 다가올 기회를 잡기 위해 대형 상장사들은 속속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했다. 유동성 랠리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역설적이지만 이제 실적을 보고 주식을 담아야 할 때다.

자연은 항상 거친 벌판 속에서도 파릇한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어 알찬 열매를 맺는다. 다가오는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서라도 투자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편집자주]

◇세계 경기 침체 속 유동성 '꿈틀'

미국과 중국의 경기 악화와 유럽의 금융위기라는 악재가 첩첩이 늘어섰지만 각국이 경기부양정책을 다투어 펼치기 시작하면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 대해 경기침체라는 터널을 지나고는 있지만 정책 이벤트의 청신호에 힘입어 '유동성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초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3년 만기 장기대출 프로그램을 처음 시행하자 유동성이 넘쳐났고, 이 자금이 서울증시로 대거 유입된 것이다.

이에 힘입어 2월10일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서울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4년만의 최고치.

곧 이어진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 및 중국의 경기 침체에 따라 서울증시도 주저앉았다. 외국인들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 주요인. 게다가 우리나라 경제도 수출·내수·소비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경제성장률도 바닥을 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저하고의 경제전망은 '옛말'이 된지 오래.

외국인이 빠져나간 5월 이후 급락했던 코스피는 8월부터 다시 기지개를 펴는 양상이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올해 하반기까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침체기를 겪고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이 양호해지는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현실화 되면서 '유동성 랠리'는 이미 시작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로존의 리스크가 크게 줄은데다가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기업의 실적이 2분기에 저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밝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하반기 코스피지수의 고점에 대해 현대증권은 2150으로 예상했다. 동양증권, KDB 대우증권은 2100으로 점쳤다.

코스피가 상승하는데 한계도 있다. 세계 장세에 햋빛이 비춰도 코스피가 건강하지 않다면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의 비중이 과다해지는 '양극화'는 코스피의 고질적인 문제점. 일명 '전차군단'으로 불리는 전기전자, 자동차군단의 지나치게 높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한 코스피 지수는 1500대라는 분석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외국 선진시장에 비해 변동성이 상당히 높은 것도 문제다. 외국인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코스피는 한바탕 홍역을 앓는 것이 현실. 외국인의 유동성에 따라 시장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아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놀이터'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미 유동성 랠리, 관건은 미국의 회복력

그렇다면 하반기 증시의 주요 이슈는 무엇일까? 미국 경기 회복력과 유로존 리스크 진정이다.

특히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QE3)가 전격적으로 결정됨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이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 연준은 부양책에서 채권 매입 규모와 시기를 한정하지 않았다. '고용이 안정될 때까지'라는 단서로 사실상 무제한 유동성 공급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연준은 저금리 기조를 6개월 이상 연장했다. 연 0~0.25%의 금리 유지 기간을 2014년 말에서 2015년 중반까지 늘린 것이다. 장기금리를 낮춰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고용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미 '유동성랠리'는 시작됐다. 서울증시 2000지수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대세다. 지난 1·2차 양적완화 때도 강한 유동성 랠리가 왔었던 경험이 살아나면서 "2차 양적완화보다는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전분가들 사이에서는 코스피가 2250까지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하고 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 발표 이후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고 전고점을 넘어 2100선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에 코스피지수가 225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2000선 이상 상승한 뒤, 2050선의 연중 고점까지도 상승 시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관건은 미국의 경기회복력. 금융의 유동성이 실물경제 회복으로 이어져야한다. 고용과 투자지표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각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기도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 경제전문가 중 과반수가 3차 양적완화를 실행해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적완화 조치로 풀기에는 세계 경제의 시름이 너무 깊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확실히 호재기는 하지만 안정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미국 재정문제, 중국 정치적 혼선 등으로 제한적이고 단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우리나라 실물경제에는 악재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원자재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원화 강세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차 양적완화 때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3.7% 급등하기도 했다.

유로존의 경우 '확실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증권시장에 호재가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 소식이 들려왔지만 호재는 사흘을 가지 못했다. 국채 매입 소식이 나온 7일, 2%대의 상승을 보인 코스피는 곧바로 약보합세로 돌아서 관망세를 보였었다.

유럽이라는 변수가 올해 상반기처럼 큰 이슈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독일 헌재 유로안정화기구(ESM)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하면서 유럽금융 위기의 위험도가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