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은 하고 文이 안 한 것은

2012-09-18     박성완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달 21일 후보확정 다음날 첫번째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묘소를 찾은 것은 당연지사. 박 후보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소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까지 찾아 참배했다.

생전에 부친과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김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은 것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박 후보는 이어 오후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자신이 공언한 국민대통합 행보의 첫단추를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채웠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채 되지 않은 17일. 전날 민주통합당의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도 대선후보 선출 이후 첫번째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들렀다.

문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의 묘소만 찾은데 이어 제2 참전용사 묘역을 찾아 참배하는 것으로 국립현충원 참배를 마무리지었다.

박 후보와 문 후보간 미묘한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새누리당은 즉각 정치적 적대관계에 있는 인물들의 묘소를 찾은 박 후보의 행보를 대통합의 용단이라고 추켜세우는 동시에 문 후보가 편향된 역사관을 지닌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최수영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후보가 대선후보 선출 후 첫 공식행사인 국립 현충원 방문에서 편향된 역사관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최 수석부대변인은 "문 후보는 현충원을 찾으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과 제2참전용사 묘역만 참배했다"며 "그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는 가지 않은 까닭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 건국역사와 근대화 과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것 아닌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당 후보로 선출 된 뒤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고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하고 참배했다"며 "국민대통합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를 통해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특정시기를 따로 떼어서가 아니라 전체적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혹시 문 후보가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실패한 역사'로 규정하며 국민 편 가르기 식으로 선거를 치를 생각이라면 국민대통합과는 반대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여야 대선후보간 행보는 구분된다. 보수쪽 시선으로 보면 문 후보가 '소인배'의 행보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측은 문 후보가 참배를 안 한 것을 비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진보진영 입장에서 보면 5·16 쿠데타와 유신을 일으킨 박 전 대통령은 헌정질서 파괴자이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된 통치행위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도 시민과 학생들의 피로 일구어낸 4·19혁명에 의해 쫓겨난 독재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말하자면 가해자다. 가해자가 사과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가 찾아서 화해를 도모하는 게 이치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박 후보의 DJ묘소·노 전 대통령 참배는 가해자의 후손으로서 피해자들에게 마땅히 해야할 도리라고 판단하지만 인혁당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진정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복권을 단행했듯이 문 후보도 공과를 떠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12월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직 후 김영삼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동한 뒤 수감중이던 전·노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과 복권을 발표했다.

당시 사면의 명분은 국민 화합과 지역갈등 해소 등이었다.

하지만 정치적 타협에 의한 결정이었다는 지적과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특히 가해자인 두 전직 대통령의 반성하지 않는 모습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2년 남짓한 수감생활을 마치고 전 전 대통령은 안양교도소를 나서며 석방소감으로 자신의 경제적 업적을 장황하게 설명하는데 그쳤다. 자신의 통치기간 중 벌어진 불행한 일에 대한 사죄는 일체 없었다.

문 후보는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민주화세력의 일원이자 압제에 피해를 입은 당사자이다.

문 후보 측근은 "용서와 화해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가는 것이지, 피해자가 가해자를 찾아가서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지금도 가해자는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