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론 '득세'...한은도 경기부양 나서나?

금융시장 전문가 9명 중 8명, 금리 인하 예상

2012-09-12     이국현 기자

 9월 기준금리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이 심각한 데다 수출 모멘텀도 약한 만큼 정부의 재정정책 행보에 발맞춰 한국은행도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12일 뉴시스가 금융시장 전문가 9명에게 9월 기준금리 전망을 물어본 결과, 9명 중에 8명이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1명은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3%에서 3.25%로 올린 이후 1년간 동결하다가 지난 7월 3%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후 8월에도 경기 사정이 개선되진 않았지만 3%를 유지하면서 시장에선 하반기 1~2차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내수 지표가 부진하고, 수출 증가율도 7,8월에 마이너스 폭이 컸기 때문에 경기 안정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3분기 경제성장률이 2분기(0.3%)에도 못미친다면 경기 저점이 3분기로 이연될 위험성이 큰 만큼 경기 부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 역시 "대외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국내 경제성장률도 3%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선 만큼 한은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 부양이 목적이라면 9월, 10월 가릴 것 없이 일찍 내리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7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1%, 수입은 5.8% 줄어든 데 이어 8월에도 수출과 수입이 각각 6.2%, 9.8% 감소했다.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경제심리지수(ESI)가 넉 달째 하락하면서 비관적 전망도 만연하다.

반면 금리 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과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했지만 축산물과 서비스요 금이 안정되면서 전년 동월 대비 1.2% 상승했다. 하반기 태풍 영향과 석유값 상승으로 소폭 상승 가능성은 있지만 2%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5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 재정지원 대책을 내놓으면서 '내수 경기'에 경고등을 켰다. 이에 따라 한은 역시 금리 인하를 통해 정부와 함께 시장에 강한 '경기 부양' 의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을 통해 정부가 부동산 경기의 하강 속도를 제한할 수는 있어도 방향을 바꾸진 못할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2.5%까지 떨어져야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홍춘욱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 금리 동결을 예상하면서도 "내수 경기도 나쁘고, 자영업자들의 경기까지 계속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물가가 1%대인 만큼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내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고, 내년 초까지 동결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리 인하로 인한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등의 양적완화 조치를 지켜본 뒤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위기국 채권에 대한 무제한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역시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전세계가 경기 부양모드에 들어갔지만 정작 경기 전환을 이뤄질 지가 관건이다.

박기홍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박사는 금리 인하를 예상하면서도 "세계 경기의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통화정책 측면에서 히든 카드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유지하되 문제가 있을 때 내리는 형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움주신 분들 = (인하)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박기홍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박사,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 (동결) 홍춘욱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