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D-100일①]'시계제로' 판세속 대선 본선 전망은
여야가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달 20일 박근혜 후보를 대선에 나설 최종주자로 선출해놓고 있다. 박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광폭행보를 보이며 외연확장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박 후보는 동시에 4·11 총선승리의 1등 공신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국민행복추진특위 위원장에 앉힌데 이어 과거 '한나라당 차떼기' 수사를 진두지휘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개혁과 쇄신을 새누리당의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여전히 진행중이어서 전열을 아직 가다듬지 못하고 있다.
8일까지 치러진 전국 순회경선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문재인 후보의 독주가 돋보인다. 문 후보측은 경선초반부터 시작된 '대세론'이 확고부동해진 상태라며 16일 서울 경선에서 과반수를 득표, 본선에 직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박 후보를 독자후보로서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꾸준히 40~45%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박 후보가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등 야당 후보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권을 거머쥐기 위한 선결과제인 50%대 지지율 돌파는 아직 미흡한 상태다. 박 후보가 안심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존재감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범야권 대권주자로 부각된 안 원장은 아직 대선출마를 공식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무소속 독자출마가능성이 제기될만큼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당과의 야권단일화는 이같은 경쟁력을 한층 높여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안 원장은 이미 이번 대선의 변수와 상수를 모두 거머쥔 셈이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청소년 지킴이' 강지원 변호사 등 군소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준비중이다. 하지만 이들은 독자출마는 어렵고 기존 정치세력에 흡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다자구도 속에서의 경쟁은 박 후보에게 일방적 승리를 헌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야권의 공통된 인식 때문에 결국에는 교통정리가 이뤄져 대선본선에서는 박 후보와 야권단일후보간 1대1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돌이켜 보면 여야는 보수와 진보라는 큰 프레임 하에서 자웅을 겨뤘다. 하지만 이번 대선 역시 이같은 구도가 지속될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최대화두로 부각될 '경제' 분야에서 보수정당이 왼쪽으로, 진보정당이 더 왼쪽으로 가치지향점을 이동하는 현상이 그 어느때보다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여야가 꺼내든 공약만 봐도 이는 확연해 진다.
여야 모두 심화된 양극화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경제개발기구(OECD) 최고수준의 자살률, 출산율 저하, 흉악범죄 급증 등은 총체적 위기에 봉착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들이라는 지적이다.
여야가 정도의 차이만 보일 뿐 근본적으로 경제민주화, 복지증대라는 시대적 요청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 것은 양극화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대중들의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40대가 이번 대선에서 최대 캐스팅보트로 지목되고 있는만큼 양극화의 음영이 그대로 드리워진 이 세대를 사로잡는 것이 여야의 최대목표다.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이번 대선은 큰 틀의 변화가 예상된다.
민주화운동의 결실로 만들어진 이른바 '1987년 체제' 이후 고착화된 지역대결 구도는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의 본격적인 종언과 함께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87년체제' 극복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저서를 통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새롭게 시작될 2013년은 1987년체제 못지않은 큰 변혁을 이끌어낼 새로운 시대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 의석수만 따지고 보면 지역대결 양상은 여전했지만 득표율을 살펴보면 지역대결 구도는 이미 와해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재 부각되고 있는 3강(박근혜, 안철수, 문재인)을 비롯한 여타 후보들이 지역감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인물들이라는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역대 대선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 남성'의 성(性) 대결 구도가 펼쳐지는 것도 색다른 풍경이다.
민주화 시대 개막 이후에도 여전히 여성의 정치참여가 극히 제한돼 있던 것을 감안하면 이 또한 정치발전의 한 부분으로 이해되어야한다는 분석이다.
박 후보의 5·16 쿠데타 등 과거사 인식문제나 문 후보가 안고 있는 참여정부 공과론, 안 원장 검증논란 등은 본선을 앞두고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될 수는 있지만 대선자체의 결과를 뒤바꾸는 인화성 있는 소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최근 경향신문이 개최한 심포지엄에 나와 "새로운 시대정신은 '민주 대 반민주'라는 87년 체제와 '신자유주의 및 사회 양극화'라는 97년 체제를 동시에 결산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할 12월19일 대선에서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