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의원PC 통해 사찰을?…'진실게임' 공방
국회의원 사무실의 PC(개인용 컴퓨터)에 실시간 감청 프로그램이 설치됐다는 '사찰 의혹'이 제기되면서 '진실게임'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사찰 의혹은 지난 5일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몇몇 국회의원 PC와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보좌진의 PC에 MBC 내부사찰용으로 쓰인 '트로이컷(Trojancut)'이 몰래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트로이컷은 MBC가 회사 내부망을 이용해 전 직원의 컴퓨터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진 프로그램으로, 이를 두고 언론노동조합 MBC 본부(MBC 노조)는 사측이 감시용 사찰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의원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5월 국회사무처에서 PMS(패치관리시스템)을 통해 배포돼 의원실에 일괄 설치됐다. 이 과정에서 사무처는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설치 폴더를 확인할 수 없도록 설치폴더를 '숨김' 처리하고, 실행상태 역시 인지하지 못하도록 '숨겨진 프로세스'로 동작케 했다.
또 이 프로그램이 설치된 국회 내 모든 PC는 중앙집중식 관제를 받고 있어 서버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PC의 자료전송정보에 접근해 외부로 나가는 파일명을 확인할 수 있다. 서버 관리자의 간단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개인적인 E-Mail(전자우편)과 메신저까지 감시가 가능하다.
신 의원은 해당 프로그램의 입찰과정까지 문제 삼고 있다. 트로이컷이 최초 배포돼 의원실 PC에 자동 설치된 시간은 2012년 5월24일 오전 1시로 국회사무처의 '국회보안관제 노후장비교체사업'이 발주된 2012년 5월 22일로부터 이틀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는 관련 사업의 입찰마감일인 2012년 6월11일 전이다.
신 의원은 "철저히 은폐된 이 프로그램의 설치는 국회의원에 대한 사찰이다. 독재시대에도 하기 어려운 행위가 스마트시대에 벌어지고 있다"며 "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무시한 초법적이고 불법적인 행태로 사무처는 해당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된 경위와 사업추진 과정의 모든 자료를 명백히 공개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국회 사무처는 즉각 해명 자료를 내고 "해당 프로그램이 국회의원실 PC에 설치돼 있으나, 감청 및 사찰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국회에 따르면 MBC사는 트로이컷 전체 기능을 설치해 시범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국회는 해킹에 의한 자료유출 차단 기능만 도입했다.
국회는 신 의원이 해당 프로그램 은폐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PC 사용 중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거나 호출할 필요가 없는 프로그램으로 국가기관이나 법인 등에서는 숨김기능을 적용,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이 해당 프로그램의 설치시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과 관련, "지난 5월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초선 의원들에 지급할 일부 PC를 새로 포맷(초기화)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며 "트로이컷은 2012년 5월이 아니라 2011년 11월 정상적인 입찰과정을 통해 국회가 채택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건을 통해 사찰, 감청과 관련된 의혹 제기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거듭 강조한 뒤 "신경민 의원실에서 국회사무처 측에 이 같은 질의를 해 사전에 모든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 문제를 또다시 제기한 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