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피해자 신고 없는 성폭행 '유죄' 판결

2012-09-01     노수정 기자

 중국동포인 다방 여종업원의 금품을 빼앗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된 30대 피고인에게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피해 여성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법원은 이례적으로 직권 선고했다.

김모(36)씨는 지난해 8월 용인시 모 다방에서 중국동포인 여종업원 A(46)씨를 데리고 나와 모텔로 데려갔다.

김씨는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A씨가 몸에 지니고 있던 반지와 팔찌, 목걸이 등 147만원 상당을 빼앗은 뒤 때릴 듯이 협박하며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또 성관계 후에는 택시비가 없다며 A씨의 지갑에서 현금 5만원을 빼앗기도 했다.

A씨는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김씨에게 빼앗긴 귀금속을 돌려 달라고만 했을 뿐 경찰에 바로 신고를 하지 않았고, 11일이 지나 경찰에서 처음 조사를 받을 때에도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법원은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8조(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를 근거로 성폭행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 징역 5년에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정운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최초 수사기관에서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당시 충분히 도주나 구조요청을 할 수 있었던 점, 굳이 신고할 의사가 없었던 점으로 보면 성폭행 피해 여성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의 나이, 직업, 국적, 생활형편 등의 사정을 보면 피해자로서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보다 귀금속을 빼앗겼다는 것을 더 큰 피해를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직권으로 성폭행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가 피고인 주장과 달리 성매매를 하기 위해 모텔에 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함에도, 피고인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며 권고형(징역 5~8년)의 최하한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