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국내 특허소송…사실상 삼성 '승'
"애플, 삼성에 4000만원…삼성, 애플에 2500만원 배상"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소송에서 국내 법원이 양측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배상 판결과 함께 관련 제품 판매금지·폐기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갤럭시S2' 제품을, 애플은 '아이폰4'와 '아이폰3GS' 등의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하고 대리점 등에 남은 제품을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제품 대부분이 구형 기종이어서 영업 손실에 미치는 영향은 양측 모두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배준현)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제기한 특허권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애플은 삼성전자에 4000만원을, 삼성전자는 애플에 2500만원을 배상하고 관련 제품을 폐기처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우선 재판부는 애플이 삼성의 표준특허 5건 중 2건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특허는 '비-스케줄링 전송을 통해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게 한 기술(975특허)'과 '패킷 데이터를 송수신해 무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900특허)' 등 통신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이 표준특허에 대해 'FRAND(프랜드: 특허가 없는 업체가 표준특허로 제품을 먼저 만든 뒤 나중에 기술료를 내는 권리)' 선언을 한 뒤 애플을 상대로 침해금지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은 특허 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해 공정한 경쟁질서를 어지럽힌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상용특허 4건 중 1건을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손가락 터치를 통해 전자 문서의 가장자리에 도달할 경우 속력이 느려지도록 해 화면 경계를 표시하는 애플의 '바운스백' 기술(120특허)이 침해됐다고 판결했다.
다만 애플이 디자인권과 관련해 제기한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형상(568디자인)'과 '아이콘 모양(156디자인)' 등 6건의 특허에 대해서는 "디자인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애플이 제기한 '디자인 침해' 주장은 대부분 기각한 반면 '통신시스템 특허를 침해했다'는 삼성의 주장은 상당 부분 받아들임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사실상 '삼성의 승리'로 보고 있다.
더욱이 삼성이 침해했다는 애플의 특허 기술은 현재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기종에만 적용된데다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에는 다른 기술이 대체돼 판매금지에 따른 후폭풍도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판매금지 절차는 양측이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송달받는 시점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판결문 송달은 1주일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양측이 집행정지신청을 낼 가능성도 있어 실질적으로 판매가 금지되는 시점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애플이 통신 시스템 관련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하자, 애플은 두달 뒤 삼성전자가 인터페이스와 디자인 관련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며 맞소송을 내 1년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번 판결은 현재 9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측의 특허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이르면 25일 새벽(현지시간) 배심원 평결을 앞두고 있는 미국 소송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