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60년 민주 정통성이 사라진다" 박준영·정세균 한탄
사퇴 직전 박준영-정세균 비밀회동 '호남몰락' 공감
박준영 전남지사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 사퇴 직전 정세균 후보와 극비리에 만났다. 전남 무안(목포)에서 배석자나 수행자 없이 양자가 단독으로 만나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동이 끝난 후 박 지사는 후보직 사퇴를 결심했다.<편집자주>
▲정세균 후보 홀로 전남 목포행
지난 주말(18일).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서 홀로 비행기를 탔다. 전남 목포행 비행기였다. 비서나 수행자 한명 없이 혼자였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정 후보는 그날 저녁 목포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대선 행보기간의 '망중한'처럼 보인다. 대략 5~6시간의 일정이었다. 정 후보는 딱 한 사람을 만나고 왔다. 박준영 전남지사였다. 그리고 3일 뒤 박 지사는 후보직을 사퇴했다.
▲"60년 민주 정통성이 사라지고 있다" 한탄
정-박 만남이 공개되지 않았던 만큼 대화 내용도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양자가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퇴 직전 박 지사측에서 지인들에게 돌린 핸드폰 문자 메시지 내용과 사퇴 기자회견문에 대화 내용이 배어 있다는 것이 양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먼저 현재 뛰고 있는 민주당 대권 후보들 중 '진짜 후보 실종론'에 정-박이 공감했다는 것. 박 지사측은 지난 20일 몇몇 지인들에게 돌린 문자 메시지를 통해 현재 후보 중 '진짜 민주당 후보가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박 지사는 '민주 정통성이 상실되고 있다'며 한탄하는 문구를 넣었다.
이에 대해 정세균 후보측은 "실제 민주당 대권 후보 중 정작 민주당에서 정통 당료로 또는 국회의원으로 생활을 제대로 한 사람이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97년 민주당 정권 창출 당시 이 역할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선 후보로 나선 것에 대해 정-박이 비감해 했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 4명(사퇴한 박지사 제외)중 97년 정권교체에 참여한 사람은 정세균 후보뿐이다. 당시 손학규 후보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경기지사였고 문재인 후보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부산 지역 변호사였다. 김두관 후보는 지역 주간지 기자를 거쳐 민선 남해군수를 지내고 있었다.
박 지사는 이와 관련 이번 대선을 통해 신익희, 김대중으로 이어진 60년 민주 당사의 대장정이 끝나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DJ(김대중)가 직접 키워준 정-박이 평가받지 못하고 호남 정치인으로 전락해 버린 것에 대해 양측이 비감한다는데 공감했다는 것이다.
박 지사는 기자회견문에서 "호남 후보가 안된다는 말이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박 지사 "정 후보가 민주 정통성 지켜달라" 요청
박 지사는 정 후보와 회동 후 사퇴를 결심하고 정 후보에게 "민주 정통성을 끝까지 지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측근들은 전했다. 아울러 민주 정통 세력들이 결코 자존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정 후보측은 "박지사가 자칫 지역주의에 매몰될 가능성이 있어 공객적인 지지 선언을 못하지만 민주 정통성 측면에서 정 후보와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김성주 국회의원(민주통합당-전주덕진)은 "박 지사의 사퇴는 민주 정통 세력의 후보가 단일화됐다는 의미를 안고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