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짜리로 비발디 들었더니…'오디오갤러리' 르포
시가 수천만~수십억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하이엔드 오디오의 소리를 누구나 감상해볼 수 있는 공간이 이달 초 문을 열었다. 서울 청담동 사거리에 터를 잡은 '오디오 갤러리'다.
331m²(약 100평) 공간에 팝스타 마돈나(54),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 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66) 등이 간직하고 있는 '골드문트', 그룹 '비틀스', '롤링스톤스', '퀸'의 멤버들과 첼리스트 요요마(57)가 사랑하는 'FM 어쿠스틱스' 등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산 8개 브랜드의 앰프, 튜너, 프로세서, 스피커 등 30여 음향기기들이 최적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조합을 이루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국내 수입사인 오디오갤러리가 영상을 보는 눈은 이제 어느 정도 떴지만 아직도 좋은 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좋은 소리를 체험할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오픈했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LG전자의 72인치 대형 LED TV와 짝을 이룬 스위스 골드문트의 홈 시어터 시스템이다. 화면에서는 한국인이 특히 좋아하는 이탈리아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54)와 영국 팝페라 가수 세라 브라이트만(52)의 듀엣 공연 영상이 돌아가고, 흘러나오는 곡은 '천상의 화음'이라 일컬어지는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타임 투 세이 굿바이'다. 예전부터 차 안에서 해외 브랜드 B사의 카스테레오 시스템으로 자주 들어 귀에 익은 곡인데 이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왠지 다르다.
홈 시어터 시스템을 즐길 수 있도록 안락한 소파가 마련돼 있어 앉아서 제대로 들어봤다. 두 사람의 듀오 무대를 현장에서 직접 접한 적이 없다 보니 그것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둘의 아름다운 화음은 심부를 파고 들어 영혼을 깨웠다.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식으로 말한다면 "노을이 아름답게 물드는 바다 위 범선의 갑판에 기대어 보첼리와 브라이트만의 다정한 속삭임을 듣는다"고나 할까.
음의 극한적 사실감과 현장감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브랜드다웠다. 블루레이 플레이어, 스피커 2대, 프로세서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얼핏 보기에도 스위스 호화 시계 브랜드 '파텍 필립'과 '롤렉스' 등에서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마감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실감날 정도로 세련되면서 품격이 넘쳤다. 세트 가격은 1억8500만원에 달한다. 이 브랜드의 최상급 모델은 16억원이나 된다. 국내에서도 이미 몇몇 대기업 총수, 모 벤처기업인 등이 소유하고 있다.
안쪽에 마련된 리스닝 룸으로 가봤다. 아시아 최초로 스위스 FM어쿠스틱스의 'XS1'이 설치돼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 작곡가 비발디(1678~1741)의 '사계' 중 '겨울'의 2악장을 FM어쿠스틱스 애호가이기도 한 요요마와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들어봤다. 요요마가 "FM어쿠스틱스의 앰프에 전율했다. 음악 인생 중에 가장 훌륭한 소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갖고 있는 1712년 다비도프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소리를 가장 잘 재생하는 오디오다"고 격찬했던 것처럼 역시 소리의 깊이와 넓이가 달랐다. 또 '신의 물방울' 식으로 표현한다면 "눈 덮인 설원에서 사슴 두 마리가 이리저리 뛰노는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다"고 할 만했다. 판매가를 물어보고 답을 듣는 순간 '음, 괜히 들었다' 싶었다. 무려 14억원에 달했다. 주문 제작 방식에 의해 제작되는데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하므로 주문을 하면 집에 설치될 때까지 6개월이 넘게 걸린다. 그나마도 1년에 2세트만 한정 생산한다. XS1은 이곳에 9월 초까지만 전시된다. '앞으로 평생 들어볼 기회가 없을 수도 있으니 곧 다시 와서 또 한 번 들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세 번째로 경험한 소리는 오디오 애호가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진공관 앰프와 독일 '보자티브 스피커'의 조합(3000만원대)이다. 세계 3대 피아노 브랜드 중 하나인 독일의 '슘멜'과 컬래버레이션해서 만들었다는 이 스피커에는 신기하게도 유니트가 하나 밖에 없다. 보통 고급 스피커에는 고음역, 중음역, 저음역 등을 각각 내는 유니트가 여러 개 설치돼 있어 보기에도 빵빵하기 마련인데 이것은 전혀 달랐다. '에그체어'로 잘 알려진 덴마크 가구 브랜드 '프리츠 한센'의 독특한 의자에 앉은 뒤 그룹 '빅뱅'의 '몬스터'를 트는 순간 그야말로 놀라웠다. 유니트 하나로 저음부터 고음까지 무리 없이, 아니 제대로 표현해내는 것이었다. 소리를 키울수록 흥은 더욱 고조됐고 심장은 점점 벅차게 뛰었다. 가격은 앰프와 스피커 포함 6000만원으로 이곳에 설치된 것 중 그래도 저렴한 편이다.
이것들 외에도 휴대용 청소기를 확대해놓은 듯한 독특한 디자인의 스피커 '비비드 오디오'의 '기야'(2500만~4000만원) 시리즈, 350년된 공명 나무를 통해 소리가 울려퍼지는 스위스 'JMC'의 나무 스피커 '루더비'(2500만원), 32㎜ 두께 케이스 속에 프리 앰프, 스테레오 파워 앰프와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DAC)를 채워넣은 프랑스 '드비알레'의 'D프리미어 에어'(2500만원) 등 보기에도 흥미롭고 신기한 음향기기들로 가득하다.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02-516-9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