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웅 특검 아들 삼성전자 특혜 논란…

2012-08-20     김민기 기자

삼성 비자금 수사를 총괄했던 특별검사 조준웅 변호사의 아들 조모(38)씨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 이듬해에 삼성전자 중국법인에 과장으로 입사한 사실이 밝혀져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조준웅 변호사(현 법무법인 세광 대표)의 아들 조모씨가 지난 2010년 중국 삼성전자에 매니저로 경력 입사한 후 지난 4월 한국으로 넘어와 삼성전자 인재개발센터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조모씨는 1998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0여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2008년 말 중국 칭화대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 후 1년 뒤인 2010년 1월 중국 삼성전자 인사노무팀 매니저로 입사했다. 업계에서는 특별한 경력이 없는 조씨가 매니저로 특채된 것은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 과장으로 진급하는 데 보통 8년이 걸리는데 반해 조씨는 중국 삼성전자 입사 후 2년 4개월 만에 과장으로 진급해 4월 본사로 발령을 받아 인재개발센터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중국 법인의 직급인 매니저가 '대리 3~4년차'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보통 대리 4년차에겐 과장 승진 자격이 주어지는 데 반해 2년 4개월 만에 과장으로 승진한 것은 비교적 빠른 편이다.

채용절차에서도 조씨는 접수기간 종료 20여일 뒤인 2010년 1월6일 지원서를 제출해 1월15일 채용이 확정됐다. 또 입사 8개월여 전부터 중국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로부터 중국 관련 기사 번역·스크랩 등의 자료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업계에서는 조씨가 어학연수를 떠난 시점이 특검 수사 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이며 이건희 회장 단독 특별사면을 받은 보름만에 중국 삼성전자에 입사했다는 점을 들어 삼성과의 연관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조준웅 변호사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에 임명돼 2008년 4월 수사를 마쳤다. 특검팀은 1199개의 차명계좌와 324만주의 차명주식 등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4조5373억원을 찾아냈다. 이는 비자금이 아니며 선대 회장에게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의 개인재산이라고 발표했다.

◇ 정상적인 입사 절차…갑자기 의혹 불거진 것 의문 들어

삼성은 이번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했다. 입사 지원서에 가족 사항을 기재하는 곳이 없어 조씨를 채용할 때 조준웅 변호사의 아들인지 몰랐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당시 중국에서 신노동법이 발효되면서 영어와 중국어, 법적 지식이 필요한 인재가 필요해 조씨를 채용하게 됐다"면서 "평소 중국 삼성전자 실무자와 친분이 있어 그분 소개로 지원을 하게 된 것"이라며 자연스런 입사라고 강조했다.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인기 있는 법인도 아니고 중국 법인에서 본인의 학력과 스펙에 맞춰 직급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삼성 관계자는 "매년 특채 인원이 4~5000명이나 되는데 경력에 따라 진급 조건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중국 법인의 직급과 본사 직급을 동일하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 변호사 아들 특혜와 관련해 삼성 측은 이맹희-이건희 회장 간의 소송전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미 입사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언론보도가 터진 것은 과거 삼성특검의 부실수사와 함께 조씨의 삼성전자 입사를 문제 삼으려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과 CJ는 이맹희-이건희 유산 상속 소송 이후 서로에 대한 음모론으로 보이지 않는 대결을 펼쳐왔다. 지난 4월 이재현 CJ회장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술자리 회동 보도 뒤에는 삼성이 있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이외에도 삼성과 CJ 간의 미행 사건, '방송법 개정은 CJ 특혜'라는 제목의 국회 괴문서 사건 등이 있었다. 이에 삼성측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CJ와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조씨가 삼성에 입사한 후 2년이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잘 근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금 시점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조씨 입장에서는 이번 보도로 인해 큰 고통을 당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