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 고군분투 '눌변' 극복기

2012-08-17     김민자 기자

 말의 전쟁이 시작됐다. 청와대 입성을 노리는 대선후보들은 자신의 정책과 생각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토론과 연설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말을 잘 하는 후보가 대중에게 호감을 얻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말솜씨가 서툰 '눌변'의 후보들은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마음이 다급해진다. 자신의 연설을 모니터링하면서 약점을 보완하는가 하면, 스피치 전문가에게 긴급 '과외'를 받는 등 발걸음이 분주하다.

◇손학규·정세균 달변으로 통하나 되레 '인간미' 등 미흡 인식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손학규, 정세균 후보가 '달변'으로 통한다. 오랜 정치경험으로 연설 기회가 많았던 게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손 후보는 감정보다 이성에 호소하면서 논리적으로 내용을 전개하는 스타일이다. 지난번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에 막힘없이 대답해 지지 후보 결정을 위한 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역설적으로 달변이라는 점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나치게 완벽을 기하다보니 인간미가 없어 보인다거나 유머가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김두관, 미흡한 정책 이해도 감성적 언어 구사력으로 보완?

김두관 후보 역시 서민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감성적인 언어를 적절하게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의 최대 약점인 '지지율 부진'에 대해서도 먼저 얘기를 꺼내 웃음의 소재로 삼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한다. 16일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종로포럼에서는 '뜨지 않는 원인이 뭐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고 재치 있게 답변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경남도지사직 수행으로 출마 준비기간이 짧은 탓에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후보 캠프 대변인인 전현희 전 의원은 "김 후보가 소탈한 성격이다 보니 약점을 오히려 과감하게 드러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살짝 불안하기도 하다"면서 "현재로선 따로 전문가를 불러 스피치 연습을 할 계획은 없고,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문재인, 취약한 연설·토론 비언어적 요소로 극복 시도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는 당 안팎에서 연설과 토론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치아 10개를 임플란트로 교체한 이후로는 발음도 부정확해졌다.

스피치전문가로 활동 중인 윤영미 전 SBS 아나운서는 지난 8일 한 방송에 출연해 문 후보의 말투에 대해 "목소리가 나쁘지 않지만 음성이 퍼져 명료하게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의 화법에 대해서는 '문장의 길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윤 아나운서는 "말이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로 길게 이어지면 맥락을 잡을 수 없다. 절제 있는 말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캠프 내에서도 문 후보의 연설 스타일과 관련해 이런 저런 조언을 하고 있다. 말 뿐만 아니라 손동작, 표정 등 비언어적 요소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최근에는 스피치 전문가를 극비리에 초대해 조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 캠프 대변인인 진선미 의원은 "문 후보는 공식 연설을 할 때면 정확한 답변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원고를 너무 많이 본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정면을 쳐다보고 얘기하시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 의원은 "연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너무 형식화 된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면서 "문 후보는 연설할 때 편안하게 대화를 하듯이 말하는 스타일인데 이런 방식에 사람들이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1위 후보인 문 후보가 토론에 나가면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하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약점도 더 많이 노출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 후보 역시 연설 능력을 키우기 위해 남몰래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의 부인인 김정숙씨는 지난 12일 밤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에 출연해 "발음이 안 좋아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음, 음, 음' 하며 발성 연습을 하는 남편을 대하면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애처롭기도 하다"며 문 후보의 고충을 드러냈다.

◇박근혜, '안정적'과 '지루하다'평가 공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음성이 나직하고 변화가 없어 '안정적'이라는 평가와 '지루하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로부터 말투에 강약을 주거나, 표정을 다채롭게 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는 정책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만, 이를 말로 풀어낼 때 먼저 사안에 대해 설명을 한 뒤 결론을 나중에 내는 '미괄식' 구성을 선호한다"면서 "실무자들이 '기사 쓰는 방식으로 먼저 핵심을 말하라'고 조언하지만 잘 시정이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