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노래선생 한지상, 첫 경험 '환상의 커플'

2012-08-09     이재훈 기자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독특한 음색이 인상적인 뮤지컬배우 한지상(30)이 전력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역하자마자 출연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을 시작으로 뮤지컬 '서편제', 최근 뮤지컬 '환상의 커플'에 이르기까지 쉴 틈 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 중 '환상의 커플'은 2005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한 한지상의 작품 경력에 독특한 이력을 차지한다. 첫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한지상은 "어두운 작품만 하다가 사랑이라는 감성을 다루려니 설렌다"고 쑥스러워했다.

지난해 초연한 '환상의 커플'은 탤런트 한예슬(31), 오지호(36)가 주연한 2006년 MBC TV 동명 드라마가 원작이다. 오만하고 건방진 재벌녀 '안나 조'가 기억을 잃은 뒤 뻔뻔하고 단순한 '장철수'를 만나 서로 얽히면서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다.

특히, "꼬라지하고는" "어린이들, 지나간 자장면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잠을 자야 키가 커. 평생 그렇게 짧은 채로 살고 싶으면 계속 떠들어" 등 한예슬이 연기한 나상실의 대사가 화제가 됐다.

올해 공연은 대폭 수정을 가했다. 특히,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창작뮤지컬 '셜록홈즈'의 음악감독 신은경씨를 영입, 기존 넘버 15곡 중 14곡을 갈아엎었다.

한지상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장철수를 연기한다. "열심히 돈을 벌며 앞만 보고 가는 젊은이라는 점이 닮았다"고 웃었다.

평소 선한 이미지가 철면피인 철수와 언뜻 어울리지 않는다. "10년 여간 친하게 지낸 조연출 후배가 있는데 가끔 평소와 다른 눈빛이 튀어나올 때가 있대요. 연기할 때 다양성을 중요시하는데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적응하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넥스트 투 노멀' '서편제' 등 그간 무거운 분위기의 출연작과 달리 힘을 뺄 수도 있을 법하다. 한지상은 그러나 '넥스트 투 노멀'과 '서편제', '환상의 커플'이 밀도감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 밀도감을 어둡게 또는 밝게 표현할 뿐이라는 것이다.

"'넥스트 투 노멀'에서 정신병을 앓는 엄마를 대하거나 '서편제'에서 한을 논할 때처럼 '환상의커플'에서 여자와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쉽지 않아요. 치열하기는 매한가지죠.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소모되는 것은 똑같아요."

 
원작 드라마가 본래 판타지성이 강한 만큼 뮤지컬로 옮겨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사람이 평소 대화할 때도 감성과 심리가 녹아들어 가 있잖아요. 흥분하면 톤이 올라가는 등 높낮이가 생기기도 하고. 아마 대화할 때 사람 가슴에 섬세한 청진기를 대보면 음이나 비트가 그려질 느껴질 거예요. 그런 부분을 음표라는 기호로 옮긴 것이 악보죠. 뮤지컬은 배우들이 악보로 대화하면서 관객들을 이해시키는 거죠."

서울지방경찰청 연극단 '호루라기'에서 군 복무를 대체하는 동안 2년의 공백기가 생겼다. "보는 눈이 더 넓어졌어요. 다양성이 생긴 거죠. 재충전의 시기이기도 했고요"라고 긍정했다.

뮤지컬계 톱스타 조승우(32)를 선임으로 만났던 것도 감사한 기억이다. 조승우는 지난 2010년 전역과 동시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복귀작으로 선택하면서 군" 복무하는 동안 한지상을 노래 선생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뮤지컬계에 조승우 선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해요. 참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하지만 군 복무하는 동안 절친한 동갑내기 뮤지컬배우 김무열(30), 홍광호(30)가 톱스타가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조바심도 들었을 법하다. 김무열은 700만명 이상이 본 영화 '활'로 영화 쪽에서도 자리를 굳혔고 홍광호는 '오페라의 유령'에 '세계 최연소 팬텀'으로 캐스팅되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

"친구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주 좋았어요. 저 자신도 뿌듯해졌고요. 동시에 너무 자극되더라고요. 빨리 전역에서 무대에 오르고 싶었어요. 그 덕분에 지금도 계속 작품에 출연하고 있죠. 허허허."

영화와 드라마 출연은 신중하게 하고 싶다. "좋은 뮤지컬에 연달아 출연한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영화, 드라마도 서두르기보다는 때를 기다리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뮤지컬이 됐든 영화, 드라마가 됐든 어디서나 '연기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제가 쇼적인 에너지보다 내적으로 드라마 요소가 강한 사람이거든요. 그 때문에 매년 연극 한 편씩을 해왔던 것이고, 뮤지컬 역시 드라마가 강한 작품에 주로 출연했죠. '환상의 커플' 역시 드라마가 강해요. 기존과 다른 캐릭터지만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 같아요."

한편, '환상의 커플'은 26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필링1관에서 볼 수 있다. 그룹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선데이(25), 뮤지컬배우 김보강(29) 김이안(25) 이가은(32) 등이 출연한다. 4만4000~5만5000원. 1566-1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