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2012]'치킨집 웃고 홍대클럽 울고…' 올림픽에 희비교차
2012 런던올림픽에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소매업종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상당수의 경기가 심야나 새벽 시간에 치러지면서 시민들의 생활 패턴이나 소비 성향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야식 배달 업종인 치킨과 족발은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박태환 선수의 200m 자유형 결승전이 열리던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돈암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전문수(60)씨는 미리 새벽 영업 준비를 하느라 눈돌릴 틈이 없었다.
전씨는 "축구경기가 있는 날과 박태환 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배달이 폭주해 평소보다 물량을 훨씬 많이 준비해야 한다"며 "올림픽 경기가 있는 날은 20% 정도 매상이 더 오른다"고 말했다.
치킨과 함께 술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 보니 평소보다 매상도 부쩍 늘었다는 게 전씨의 설명이다.
대형 스크린을 갖춘 호프집들은들은 주요 경기가 있는 날이면 단체 응원객들로 북적인다.
서울 서초구의 A호프집은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연장 영업을 해가며 손님들을 맞고 있다.
이 호프집의 성모(33) 점장은 "20~30대들이 경기 시작 몇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고 함께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이번 올림픽의 특징"이라며 "처음 만난 옆 테이블 사람과도 한데 어울려 응원을 하며 즐긴다"고 설명했다.
직접 생활체육시설이나 스포츠센터를 찾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한 종목일수록 인기가 높다.
서울 송파구의 한 수영장은 지난달 27일부터 받기 시작한 '새 기초반' 등록이 3일만에 마감됐다. 대회 초반 박태환 선수가 수영에서 선전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수영장 직원은 "기존에 수영을 하던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이 올림픽으로 인해 수영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영뿐만이 아니다. 펜싱, 핸드볼 등은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 종목들은 평소 비인기종목으로 불리며 축구, 야구, 농구, 배구에 비해 홀대받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특히 펜싱은 새로운 국민 스포츠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핸드볼은 지난 올림픽에서의 감동으로 영화로 제작제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시작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반면 심야시간 사람들을 끌어모으던 업종들은 올림픽 열기에 된서리를 맞았다.
클럽이나 노래방들은 주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울상을 짓고 있다. 여름 휴가 기간이 되면 춤과 음악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젊은이들로 시끌벅적했던 이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홍대의 유명 클럽 관계자는 "주로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층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데 올림픽 경기, 특히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평소보다 손님이 약 20%정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신촌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차모(54)씨는 "경기도 좋지 않은데다 올림픽 기간까지 겹쳐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며 "다른 사람들은 즐겁게 경기를 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올림픽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동대문 패션타운은 주요 고객층인 30대의 발길이 뚝 끊겼다.
동대문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0)씨는 "올림픽이 시작되고 난 뒤 전보다 매출이 30%이상 떨어진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자구책으로 바캉스 세일도 마련했지만 올림픽 기세에 눌려 효과를 못 보고 있다"며 "새벽 시간 주 고객은 20~40대인데 그 중 30~40대 고객층이 쏙 빠져나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