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2012]홍명보호 '축구종가' 넘는다
사상 첫 올림픽 축구 메달을 노리는 홍명보호가 '축구종가' 영국과 8강전에서 격돌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5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 남자 8강전에서 영국과 격돌한다.
한국은 조별리그 B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8년 만이자 역대 3번째 8강 진출이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다. 한국이 피하고 싶었던 A조 1위로 올라온 영국과 준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기 때문이다. 피하고 싶었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 한국이 조 1위로 8강에 오르기를 희망했던 이유다.
영국의 벽을 넘더라도 4강에서 브라질-온두라스전 승자와 맞붙게 된다. 산넘어 산이다.
영국은 브라질, 스페인, 우루과이 등과 함께 우승후보로 꼽힌 강국이다. 한국은 토너먼트 첫 경기부터 난적을 만나 힘겨운 승부를 펼치게 됐다.
영국은 월드컵과 유럽선수권대회 등 주요 대회마다 각 지역별(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대표팀이 각기 달리 출전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올림픽이 자국에서 열리는 만큼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하기로 했다. 영국은 잉글랜드와 웨일스 출신의 젊은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꾸렸다.
미래가 촉망받는 유망주 톰 클레버리(23·맨유)와 애런 램지(22·아스날), 스콧 싱클레어(23·스완지시티), 다니엘 스투릿지(23·첼시) 등을 비롯해 와일드카드(23세 초과선수)로 합류한 '백전노장' 라이언 긱스(39·맨유), 크레이그 벨라미(33·리버풀), 마이카 리차즈(24·맨시티) 등 최강의 스쿼드를 자랑한다.
영국은 선수 개개인의 기량 등 객관적인 전력에서 볼 때 한국을 앞선다. 다만 단일팀을 지난달 7일 처음 소집해 훈련한 만큼 조직력에서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
아울러 웨일스 출신의 긱스가 조별리그 경기에서 영국 국가를 부르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분위기도 썩 좋지 않다.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영국의 개최국 이점이다.
축구 종가라는 자부심이 강한 영국인들은 축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다. 아시아 국가에 패할 경우 자존심이 허락치 않을 것이다.
8강전이 열리는 밀레니엄스타디움은 7만45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한국은 영국 선수들은 물론일방적인 응원을 펼칠 영국 관중과도 싸워야 한다.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영국은 52년 만에 런던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사상 첫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토너먼트는 단판 승부로 치러지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하기 힘들다.
영국은 한국이 3-0으로 이긴 세네갈을 상대로 간신히 1-1 무승부를 거뒀다. 특히 1-0으로 앞서다 후반 37분 동점골을 허용한 것은 수비조직력이 그다지 탄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우려했던 김영권(22·광저우), 황석호(23·히로시마) 등 중앙수비 조합이 조별리그 3경기에서 1골만을 내주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이번 한국 올림픽대표팀의 전력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인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주축 멤버가 6명이나 된다. 해볼만 하다.
그 중 와일드카드(23세 초과)로 발탁된 박주영(27·아스날)을 비롯해 기성용(23·셀틱),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 등 유럽파 3인방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가진 두 차례의 평가전과 조별리그에서 모두 골맛을 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또 한국은 최근 20경기(13승7무) 무패행진을 내달린 매서운 상승세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조별리그 일정을 모두 마친 뒤 "1차적인 목표는 성공했다. 최종목표는 토너먼트에서 매 경기 이기는 것이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개최지 런던은 한국이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8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던 기분 좋은 장소다. 64년 만에 다시 찾은 행운의 장소에서 한국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