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첫 국회 결산①]'여야, 구태 못벗고 후진적 행태 여전'
민생국회를 표방하며 출범, 오는 3일 첫 회기를 마칠 예정인 19대 국회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는 등 실망스런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19대 국회는 18대에서 논란끝에 통과됐던 '국회선진화법'적용을 받게 되면서 과거 해머와 전기톱, 소화기와 최루탄이 동원되고 당리당략에 매몰되는 등 후진적 행태를 보여왔던 모습에서 탈피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9대 국회는 지난 5월30일 임기 개시일 이후 33일만에 늑장 개원을 하는 등 13대 국회부터 무려 7대째 계속되고 있는 구태를 답습하며 임기를 시작, 실망감을 던져줬다.
특히 19대 국회는 지난달 11일 있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를 통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과거 행태를 재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생관련 법안은 첫 회기를 이틀 남겨둔 1일 현재까지 단 한건도 처리하지 않는 '배짱'을 보여주고 있다.
또 여야가 국회 개원에 앞서 합의한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비리특검', '김재철 MBC 사장의 퇴출문제' 등은 여야의 입장 차이로 인해 단 한발자국도 앞으로 못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는 '민생 국회', '쇄신 국회'를 외치며 선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목소리로 외쳤으나 결과는 '아직 멀었다'는 냉혹한 평가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 개원 33일이나 지각…'불법 국회'오명
여야는 19대 국회 시작부터 상임위 배분문제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개원 시한을 넘기면서 시작부터 불법을 자행했다.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18대 국회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국회법을 지키자는 '준법국회'를 내걸었지만 시작부터 '불법국회'라는 오명을 남겼다.
개원이 불발된 가장 큰 원인은 16개의 상임위 위원장과 2개의 특별위 위원장 자리를 여야가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여야는 이 때부터 민생보다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 집중했고, 결국 19대 국회는 국회법에서 정한 임기 개시일인 5월 30일 이후 33일 만에 지각개원을 했다.
개원 이후 곧바로 시작된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는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사법부 공백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신임 대법관 후보자 4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하루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김병화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채택할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대법관 임명동의안은 지난달 13일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났지만 2주가 넘는 시간동안 처리되지 못했다.
사법부 공백사태를 일으켰고 사법부 공백사태가 길어지는데 대해 부담을 느낀 김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선택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등 진전 없어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비리특검',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 추진', '김재철 MBC 사장의 퇴출문제' 등은 여야의 첨예한 입장차이로 인해 19대 첫 임시회 기간 동안 전혀 진전된 것이 없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시기 및 범위 문제로 인해 국정조사를 실시하지 못하는 상태다. 새누리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지난 2000년 이후 모든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MB 정부로 시기를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을 풀기위한 특검 도입도 현재 답보 상태다. 새누리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현 정권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 청구도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통해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해야 한다고 민주당에게 요구하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이들에 대한 자격심사에 합의를 한다면 현행 국회법에 따라 두 의원은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돼 제명을 비롯한 징계가 이뤄질 수도 있다.
◇쇄신국회 표방…정두언 체포동의 부결로 비난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변화와 쇄신을 외치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실현을 위해 6월 세비를 반납, 국군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에 기부키도 했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모습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국민들에게 보여준 구태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어 당시 국민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
하지만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자당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요구서가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부결되자 국민들로부터 여전히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상황이 이렇자 또 황우여 대표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즉각적인 사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정 의원의 스스로의 가시적 조치를 촉구하고 사퇴를 선언했던 이한구 원내대표가 16일 복귀하면서 겉으로는 이번 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당내 친박계와 쇄신파 등 비박계 진영 사이에 박근혜 사당화 논란을 두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 처리 본격 나서야
여야 일부 의원들은 각종 포럼과 모임을 통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민생 법안을 상당수 제출하고 있는 상태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중인 법률안은 모두 924건에 달한다.
하지만 여야가 이날 현재까지 본회의에서 처리한 법안은 하나도 없다. 여야가 너무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계류된 대부분의 법안들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 ▲전세자금 지원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무상보육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과 직결돼 있다.
또 19대 국회 쇄신을 위한 ▲연금제도 개선 ▲국회의원 겸직금지 ▲국회 윤리특위 강화 ▲국회폭력 처벌 강화 등 국회의원의 특권폐지를 담은 법안 처리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산하에 외부 민간 인사들로 '윤리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국회 윤리특위는 지난 13∼18대 국회에서 제출된 의원 징계안 102건 중 불과 10여건만 가결시키는 등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들 법안들에 대해 충분한 토의를 거친 뒤 9월 정기국회에 제출, 법률화를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19대 국회 역시 정쟁으로 인해 민생법안 신속처리라는 대의는 지키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주요법안들 처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때문에 여야와 각 의원들은 합의 정신을 발휘해 9월 정기국회에서는 정쟁을 줄이고 본연의 임무인 법안 처리에 본격 나서야 할 것이다.
◇與野, 8월 국회 소집시기 두고 마지막까지 대립
여야는 8월 임시국회 소집 시기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8월 임시국회 개최에 대한 소집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한 상태다.
민주당은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나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한 특검 실시 등 산적한 현안 처리를 위해 오는 4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새누리당은 15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 우리가 개원국회 때 합의된 사항들이 이행된 게 별로 없다"며 8월 임시국회 개최가 방탄 국회가 아닌 민생국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지난 총선에서 공약했고 그 국면에 따른 법안들을 앞 다퉈서 제출했는데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는 것이 7월 국회"라며 "또 개원국회에서 합의했던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이것이 지금 전혀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원내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면서 뒤꽁무니로 지금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이미 내놓았다"며 "만약 민주당이 국회 일정을 조정할 의사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일단 방탄 국회 소집요구서를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다시 협의하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