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문가 90% "유럽 위기·가계부채 핵심 리스크"

2012-08-01     이국현 기자

국내 금융시장 임원과 전문가들은 1년 내에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유럽 국가채무위기의 심화를 꼽았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시장 침체는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발생 확률도 높다는 점에서 당장은 아니지만 3년 이내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63개 금융기관의 경영전략·리스크 담당 부서장과 금융시장 참가자 74명을 대상으로 '2차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금융시스템 5대 핵심 리스크는?

한국 금융시스템의 핵심 리스크(복수 응답)로 응답자 91.9%는 '유럽 국가채무위기 심화'를 꼽았다. 이어 '가계부채 문제'(89.2%), '부동산시장 침체'(73%)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아울러 '중국경제 경착륙'(64.9%), '미국 경기회복 지연'(37.8%)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1월에 진행된 조사와 비교하면 정치·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이 제외됐다. 반면 부동산시장 침체와 미국 경기회복 지연이 새로 포함됐다. 유로존 위기에도 외환 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응답기관별로 은행과 비은행권은 '가계부채 문제'에 심각성을 드러냈고,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유럽 국가채무위기'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부실 위험'을, 비은행은 '정치·지정학적 위험'을 5대 리스크에 포함했다.

한은은 "취약계층의 가계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비은행의 경우 가계부채 문제를 가장 큰 리스크로 인식하는 반면 은행은 신용도가 양호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취급하면서 가계부채를 비은행권보다 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전문가 2명 중 1명 "금융시장 1~3년 충격"

금융시장 전문가들 3명 중 1명(32.4%)은 1년 이내에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했다. 이는 '높다'는 응답(27.1%)을 소폭 웃도는 것이다. 다만 6개월 전과 비교하면 단기에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응답(37.8%)이 낮아졌다는 응답(9.5%)을 웃돌았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확충과 외환부문 거시건전성 정책 시행 등으로 외환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유럽 국가채무위기 등 단기 리스크에 대해 감내 능력이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금융 전문가 2명 중에 1명은 "1~3년 사이에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이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 중단기 리스크의 경우 단기 리스크보다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발생 확률도 높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한편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향후 3년)에 대해서는 39.2%가 높다고 응답한 반면 낮다는 응답은 16.2%에 그쳤다. 다만 응답 기관별로 은행이나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게 평가한 반면 비은행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