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다운사이징"··車업계 엔진 소형화 열풍

2011-11-22     최현 기자

 
 

최근 자동차 업계에는 '다운사이징'된 신차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다운사이징'이란 동급 차량에서 엔진 배기량을 줄이고 연비와 출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말한다. 상식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보편적으로 큰 엔진은 힘이 좋지만 연비가 낮고, 작은 엔진은 연비는 높지만 출력이 딸린다.

이같은 기술적인 어려움에도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강화되는 연비 향상 및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운사이징에 주력하고 있고 이는 국내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현대차에서 출시한 i30 1.6 가솔린 모델의 경우 2010년형 모델과 배기량이 같지만 최대출력은 12.9%, 최대토크는 6.9%, 연비는 13.8% 향상됐다. 함께 출시한 디젤 모델도 연비 23㎞/ℓ(수동변속기 기준)를 달성했다.

또 지난 16일 미국 LA모터쇼에 선보인 신형 그랜저의 경우 3.3 람다 GDi 엔진을 장착했지만 3.5ℓ 모델보다 연비와 출력 모두 우수하다. 쏘나타 2.0 GDI 터보는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을 얹어 배기량은 줄였지만 출력은 기존 2.4 모델 대비 36.3% 높인 274마력을 구현했다.

현대차의 다운사이징 기술은 2.0 4기통 엔진으로 3.0엔진의 출력을 달성하고 있다.

또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인 한국GM에서 최근 내놓은 8세대 말리부는 7세대 모델에 비해 최대출력은 34.9% 향상된 170마력, 연비는 19.2% 높아졌다.

한국GM 관계자는 "말리부 7세대는 미국시장용 플랫폼이고 8세대에는 글로벌 플랫폼이 적용됐다"며 "GM은 향후 10년 플랫폼 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다운사이징을 통해 낮은 엔진 배기량, 향상된 연비와 출력 등의 추세를 계속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격대가 높은 독일 수입차 BMW도 이달 말 국내 베스트셀링 모델인 528i모델에 기존 탑재된 6기통 3.0ℓ 가솔린엔진 대신에 4기통 2.0ℓ가 탑재된 모델을 판매할 계획이다.

2.0 엔진은 기존 엔진보다 작아졌지만 출력은 이전 모델과 동일한 245마력을 유지하고 토크는 기존보다 13% 향상된 35.7㎏·m를 달성했다. 연비는 15% 향상됐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0% 이상 줄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6.3초로 기존 대비 0.4초 빨라졌다.

다운사이징을 얘기할 때 폭스바겐도 빠질 수 없다. 폭스바겐의 TSI 엔진은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성이 뛰어난 가솔린 엔진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출시한 1.4 TSI엔진이 장착된 골프는 2010년형 2.0 TDI 모델에 비해 배기량은 41.6% 작아졌지만 최대출력은 20마력 향상됐다. 연비도 디젤 모델인 2.0 TDI와 3.3㎞/ℓ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이는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를 결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폭스바겐의 2012년형 SUV 티구안도 2010년형 모델과 같은 2.0 TDI 엔진이 장착됐지만 최대출력은 무려 50.8% 향상된 18.1㎞/ℓ를 자랑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자동차 업계에서 다운사이징은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현재는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경제불황과 고유가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안목이 높아졌고 이에 자동차 브랜드들은 계속되는 기술 개선으로 소비자 입맛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