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 안양시의회, 결국 추경 처리 못하고 산회

2012-07-17     정일형 기자

경기 안양시의회가 후반기 원구성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만하다가 결국 올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산회했다.

시의회 여·야는 제188회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일인 16일 자정까지 대치했다.

시의회 의장단과 새누리당 등은 의사일정 거부 8일만에 등원한 민주통합당과 시민프로축구단 창단 예산 3억원이 포함된 올해 1차 추경예산안 처리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임시회에 이어 이번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모두 삭감된 시민축구단 창단 준비금 3억원을 승인해 줄 것과 후반기 일부 상임위원회 위원 재배정을 요구했다.

대신 후반기 박현배 의장과 상임위원들을 상대로 각각 의회와 법원에 제기했던 불신임안과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철회하겠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시민축구단 예산은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수용하는 쪽으로 정하면서 처리되는듯 했지만 문제는 상임위 위원 재배정이었다.

민주당은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후반기 4개 상임위 가운데 도시건설위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에서 자당 의원들이 과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도시건설위가 아닌 총무경제위나 보사환경위에서의 과반을 요구했다.

하지만 의장단과 새누리당은 이미 본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며칠만에 이를 번복하기 어렵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협의는 평행선을 달렸고, 본회의장을 비운채 각 정당별로 모여 대치했다.

민주당이 먼저 이날 오후 10시께 본회의장에 출석해 "조건을 달지 않을 테니 민생 예산안을 승인하자"고 제안했지만, 새누리당과 소수당 의원들은 "민주당을 신뢰할 수 없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본회의장에는 박 의장과 민주당 의원 10명 등 모두 11명이 출석해 정회했던 회의를 속개할 수는 있었지만, 전체 의원 22명의 의결정족수 12명이 안돼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박 의장은 자정을 넘긴뒤 결국 산회를 선포했다.

이로써 올해 본예산 보다 763억원 늘어난 올 1차 추경예산안은 지난달 임시회에 이어 이번 본회의에서도 처리되지 못했다.

이에 시민축구단 창단을 염원하며 이날 오전부터 본회의장 방청에 나섰던 축구 서포터즈 회원 30여 명 은 "축구단 창단 예산이 처리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이 박 의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있다"며 이들의 의회청사 출입을 막아서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산회를 10분 정도 앞두고 민주당 소속의 권혁록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여 있는 도시건설위원장실을 항의 방문해 몸싸움을 벌였다.

권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막말을 퍼부었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끈하면서 잠시 몸싸움이 일어났다. 권 의원은 본회의장에서도 박 의장을 향해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박 의장은 "민생예산이 포함된 추경예산안이 결국 처리되지 못해 안타깝다. 빠른시일내에 임시회를 열어 예산안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