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육군 총기사고, 유족들이 제기한 4가지 의혹
"아들 억울함 풀어줘야"…軍 "최종수사 발표 때 모든 의혹 해소"
경기 파주시 육군 부대에서 오모(21) 이병이 총기사고로 숨진 것과 관련, 유족들이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12일 1사단과 유족 등에 따르면 오 이병은 지난 5월23일 오후 6시께 임진강 철책선 초소경계 근무 전 임시초소에서 턱 밑과 코 부분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
함께 근무 대기 중이던 선임병은 졸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군 당국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혈흔 자국과 훼손된 현장…유족 의혹 제기
유족들은 현장의 혈흔이 묻은 부분과 앞뒤가 맞지 않은 선임병의 진술, 현장 훼손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유족들이 취재진에 제공한 자료를 살펴보면 오 이병은 선임병과 50c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연발을 해 둔 K2 소총에 3발을 맞고 숨졌다.
당시 선임병은 팔걸이가 있는 소파에 기대 잠을 자고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혈흔 자국을 보면 소파의 팔걸이와 등받이에서도 혈흔자국이 발견됐다.
유족들은 "소파에 머리를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몸을 뒤로 젖힌 상태에서 자고 있었다던 선임병이 순간적으로 튀는 혈흔을 피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또 선임병 이마에 묻은 혈흔은 선임병이 졸고 있었던 게 아니라 깨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또 유족들은 사망 직후 오 이병의 얼굴에 방탄모를 씌워두는 방법으로 군이 사입구와 사출구 방향을 숨기고도 현장감식과 부검 당시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얼굴에 씌어진 방탄모 겉면에는 총탄이나 혈흔 자국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현장에 도착한 소초장과 중대장이 '방탄모가 오 이병의 얼굴을 덮고 있었느냐'는 유족의 질문에 "방탄모는 없었다"고 말해 유족 측의 주장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유족 측은 "오 이병의 머리에서 다량의 출혈로 초소 내부 곳곳에 혈흔자국이 있지만 오 이병과 선임병의 방탄모 어디서도 혈흔 자국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게다가 자신의 방탄모도 아닌 다른 선임병의 방탄모로 얼굴을 가려 사출구와 사입구를 확인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군이 진실을 숨기고 있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특히 유족들은 선임병이 '사고 직후 총기를 옮겼다가 현장을 훼손한 것 같아 제자리에 뒀다'는 진술에 집중하고 있다.
선임병은 총기를 옮겼다가 제자리에 뒀다면서도 정확한 위치를 기억해 내지 못하는 데다 다량의 혈흔에서도 총기를 옮긴 흔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선임병이 유족과 만난 자리에서 '헌병대에서 사진을 보여주고 영화배우가 된 것처럼 현장을 외우라고 했다'고 토로한 점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 이병의 어머니 송모씨는 "현장에 있던 선임병에게 왜 사진을 보여주고 현장을 외우라고 한 것을 세상 어느 부모가 그대로 납득하고 진실규명을 포기하겠느냐"며 "수사권도 없고 수사능력도 없지만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엄마의 심정을 국민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軍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수사 중, 유족이 제기한 의혹 해소 노력"
이 사건을 수사 중인 1사단 관계자는 "혈흔을 포함한 모든 물건이 직선으로 날아가지는 않는다"면서 "당시 선임병이 소파에 등을 기대 잠들었다고 진술했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틀에 걸쳐 유족 참관 하에 현장감식을 실시해 등받이에 혈흔이 묻을 수 있다는 것을 유족들에게 증명했다"고 말했다.
팔걸이 혈흔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팔걸이나 넓어 선임병이 어떤 자세에 있었느냐에 따라 혈흔이 묻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화약흔이 오 이병의 손에서만 검출이 됐고 뇌관 화약을 추출해 유가족에게 설명 했다"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외부로 알릴 수 없는 관련 규정에 따라 최종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모든 자료를 유족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 이병 얼굴에 씌워진 방탄모와 관련해서는 "옆에 벗어 둔 방탄모를 총에 맞은 오 이병이 쓰러지면서 얼굴과 탄약조끼에 고정이 된 것이지 일부러 씌워 놓은 것은 절대 아니다"며 "소초장과 중대장이 방탄모가 씌워져 있지 않았다고 증언했다는 유족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족들의 요구에 따라 세차례에 걸쳐 유족과 변호사 입회 하에 설명을 했고 다음주 중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최종 수사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할 계획"이라며 "수사결과 발표 자리에서 유족들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