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꿈의 구장', 꿈으로 끝나나..
KBS 2TV 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꿈의 구장' 건립사업이 프로그램 폐지와 함께 올스톱됐다. 꿈의 구장이 들어설 경기 이천시에는 야구장 대신 흙먼지 날리는 공사장만 남았다.
4일 오전 11시, 이천시 부발읍 이천종합운동장 정문으로 들어서는 초입 임시야구장에는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 낮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사회인 야구단이 친선경기를 벌이고 있었다. 야구장은 주변에 얕은 그물망을 설치해 놓은 것이 전부였다. 바로 이 임시야구장 맞은편에 '꿈의 구장'이 눈에 들어왔다. 꿈의 구장은 3만7524㎡ 규모의 부지에 4m 높이의 펜스가 둘러쳐져 있었다.
펜스에는 구장 건립을 염원하는 야구 팬들의 야구장 건립 응원의 글과 천하무적 야구단에 출연한 연예인을 상징한 그림도 있었다. 이와는 달리 공사장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흙더미와 잡초들이 무성했다. 지난 2010년 4월 KBS와 이천시가 '꿈의 구장' 건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5개월 뒤 첫삽을 뜨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던 꿈의 구장은 이듬해 4월 사업비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애초 꿈의 구장은 이천시가 무상으로 부지를 공급하고, KBS가 기금을 마련해 15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0년 말 시청률 저조 등의 이유로 프로그램이 종영돼 기금 조성이 어려워지면서 공사도 멈췄다. 천하무적 야구단 출연진의 광고 출연료와 기업의 상품판매 인센티브 등으로 모인 3억여원의 기금은 배수관 공사 등 기초공사비로 모두 사용됐다. 이후 1년3개월째 공사가 중단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A사회인 야구인동호회 회원 김모(35)씨는 "꿈의 구장 건립 결정 뒤 이천지역에는 10개에 불과하던 사회인 야구동호회가 44개로 늘었다"며 "그런데도 이렇게 꿈의 구장을 방치하는 것은 KBS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천시는 시 재정으로는 사업비 충당이 어렵다며 손을 든 상태다. 시 관계자는 "재정사업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며, 부지만 무상으로 제공하면 KBS가 꿈의 구장을 지어 기부채납키로 했다"며 "기금 조성 방안을 강구해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BS 측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야구장 규모를 줄이더라도 건립사업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KBS 측은 지난해 9월 기금 마련을 위한 콘서트에 이어 당시 공연과 천하무적 야구단의 활약상을 담은 DVD 출시, 에세이집 출간 등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기금조성이 어려워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당시 천하무적 프로그램을 맡았던 최재형 PD는 "출연진과 야구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꿈의 구장을 지으려 한 것"이라며 "예상보다 모금이 되지 않아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