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나간 수원시 '쿨비즈'…"사서 입고 취임 2주년에 참석해라"
경기 수원시가 '쿨비즈(Cool-Biz)' 입기운동을 추진하면서 취지와 달리 부서별로 쿨비즈 복장을 공동구매하라고 지시해 하위공직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를 추진한 부서는 특히 다음 달 2일 열리는 시장 취임 2주년 기념식에 돈 주고 사서 이 복장을 필히 입고 참석하라고 지시해 '전시행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수원시 A부서는 이달 15일 '에너지 절약실천을 위한 쿨비즈 입기운동 시행안내'라는 제목으로 시 산하 전 부서에 6월~8월까지 쿨비즈운동에 적극 참여해 줄 것과 시 출연기관 및 유관단체 등에도 전파될 수 있도록 홍보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부서는 공문에 '공직자 쿨비즈 입기운동 추진계획'을 첨부해 단체셔츠 구입을 국·구별 또는 부서별로 시행하되 비용부담은 개인부담 또는 상조회비를 활용해 부서별로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구청별, 국별, 부서별로 착용모델은 2~3종으로 자율선정하고, 색상은 개인별 취향에 맞춰 사스텔 톤으로 착용하라고 복장 색상과 모델에 대해서만 권장했다.
이후 이 부서는 이달 18일 '7월의 반가운 만남 개최 알림'이라는 공문을 전 부서에 보내 7월2일 시장 민선5기 취임 2주년 기념식을 안내하면서 산하기관 및 체육회를 포함한 수원시 전 공무원을 참석대상으로 정하고, '행정사항'이라는 란에 참석자는 공무원증 지참하고, 쿨비즈 복장을 착용하고 참석할 것을 지시했다.
이 부서는 또 행정사항을 통해 각 부서는 산하기관 및 체육회 관계자 참석 조치와 공직자에 한해 부서별 불참대상자(각 구청은 구·동별 취합)를 파악해 이달 27일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즉, 쿨비즈 복장을 개인부담이나 상조회비로 구매하고, 시장 취임 2주년 기념식에 공무원증과 쿨비즈 복장을 착용하고 참석하되, 불참자는 사전에 명단을 제출하라는 것이어서 강제성과 불이익을 연상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다수 하위직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이후 이 부서는 상조회비를 통해 6만9000원짜리 티셔츠를 공동구매하고 각 부서별로 문의가 잇따르자 직접 티셔츠를 부서에 놓고 색상 등을 보러온 다른 부서 담당자들에게 소개를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B부서는 5만원짜리 티셔츠를 상조회비로 공동구매했고, C부서는 5만원짜리 티셔츠를 자비로 구매했다.
D부서는 상조회비가 없어 자비로 해야 하는데 반대에 부딪혀 있고, E부서는 어떤 색상과 얼마짜리 티셔츠를 자비로 구입할 지 상조회비로 구입할 것인지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면 구청별로는 하위직들의 반발이 일자 각 부서별로 의견을 취합해 자율로 할 것인지, 공동구매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편 2004년 일본에서 유래한 쿨비즈 운동을 도입하고 있는 서울시와 경기도교육청 등은 복장의 간소화를 도입한 것이지 복장의 구매를 강제한 것은 아니다.
시청 한 하위직 공무원은 "자율적으로 복장을 간소화하자는 쿨비즈 운동의 취지를 다르게 해석해 복장을 부서별로 구매하고 이 복장을 입고 시장 취임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라는 것은 전시행정의 산물"이라며 "전시행정을 반대하는 시장이 외국 나간 사이에 이런 일이 추진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구청의 한 공무원은 "쿨비즈 복장을 공동구매하지 않고 기념식에 참석하면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곳이 금방 눈에 띌 것"이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이 벌어질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A부서 관계자는 "전체가 공동구매하지 않고 부서별로 공동구매하는 것이라 전시행정은 아니다"며 "취임 2주년 기념식에 복장을 착용하고 참석할 것인지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라는 취지였다"면서 "가급적이면 쿨비즈를 착용하라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