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권주자 호남 공들이기…전략적 선택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권주자들의 호남행이 잦아지고 있다.
야권후보들은 대선 출마선언 이후 단골코스처럼 민주화의 상징인 국립5·18묘역을 찾고 있으며 새누리당 후보들도 경쟁적으로 광주·전남을 찾아 호남 공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역 민심은 호남구애의 진정성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유동적이어서 향후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대선출마 선언 이후 앞다퉈, 첫 지역 방문지로 광주를 찾는 것은 민주화의 도시라는 상징적인 의미에 더해 '어게인(again) 2002'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
당시 '노풍의 진원지'였던 광주에서 정권재창출의 불씨를 살렸고 지지율이 바닥세였던 노무현 후보가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던 곳이 바로 광주였기 때문이다.
이는 곧 호남민심을 잡아야만 민주통합당의 후보가 된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 이면에는 민주화의 정통성을 잇는 후보가 돼야 한다는 의미도 깔려 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지난 20일부터 2박3일 동안 '경청투어' 첫 방문지로 광주·전남을 방문해 "3번째 민주개혁정부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세력이 손잡고 힘을 모아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분히 호남민심을 겨냥한 메시지다.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1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광주정신 받들어 정의로운 민주정부 수립하고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PK(부산·경남) 중심의 현 대권구도에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이달 말께 광주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본격적인 호남민심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5∼6개에 달하는 김 지사 지지모임은 광주·전남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들의 호남 방문은 '서진 전략'의 성향이 강하다. 상대적 취약지인 호남에서 대권후보로의 위상을 살리고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행보다.
이 때문에 호남소외나 인사 탕평책을 언급하는 이들이 많다.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는 지난달 2일 대선 예비후보 등록 이후 첫번째 방문지로 광주를 찾아 "광주의 민주화운동이 없었다면 대한민국도 없었다. 5월 영령들의 고귀한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어느 지역도 소외되고 차별받는 곳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4일 광주를 찾아 "40년 동안 되풀이 돼온 지역갈등과 분열의 정치구조를 깨트리기 위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지난 11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광산업만으로는 부족하고 글로벌한 대기업을 유치해 중소기업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며 지역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이 같은 후보들의 발빠른 행보와는 달리 광주·전남지역 민심은 여전히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른바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지역적 특성답게 범야권에서 후보를 찾아야겠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거론되는 후보들 대부분이 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PK 중심의 대권구도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유력 후보 한 명 내지 못하는 호남정치력의 한계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권후보들이 때만 되면 호남을 찾아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해 왔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는 비관론도 작용하고 있다.
호남구애에 대한 진정성이 있냐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이에 따라 호남지역민들은 역대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에서도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역정치권 한 관계자는 "호남지역민 대부분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에게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며 "정권교체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주거나 지역발전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후보에게 전략적 표들이 결집될 것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