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천, 신춘문예 이렇게 쓰면 낙선한다…'본심'

2012-06-12     이재훈 기자

'나의 토익 만점 수기'로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심재천(35)씨가 소설집 '본심'을 펴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춘문예 및 문예지 공모에 응모한 단편 중 본심에 올라 떨어진 작품 7편을 묶었다.

심씨는 이 작품들이 '오답'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정답보다는 오답에서 배울 수 있는 게 훨씬 많다. 일류 대학에 간 학생들도 죄다들 오답 노트를 만들어 공부했다고 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작품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참고 웃어야 하는 현대인들의 숨겨진 본심을 탐구한다.

'베레타'는 항상 조용하고 예의 바르게 지내던 주인공에게 어느 날 갑자기 권총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권총의 존재가 세상에 대한 그의 태도를 180도 바꿔 놓는 모습을 통해 온순하게 프로그램화돼 있는 현대인의 매끈한 포장지를 단번에 벗겨버린다.

'드라마틱'에서는 TV로 인간의 본심을 까발린다. TV만 보면 눈에서 피가 흐르는 희소한 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통해 TV를 통해 변화하는 사람들의 기상천외함을 이야기한다.

'나의 토익 만점 수기'의 모태가 된 작품으로 미국인 영어 강사의 코리안 드림 성공기를 풍자적으로 그린 '잉글리시 티처'를 비롯해 '산' '깃' '잔류' '아내의 펠라티오 향방' 등 우리 안의 숨겨진 괴물을 어르고 달래서 기어코 밖으로 끄집어내는 단편들이 실렸다.

이 작품들이 본심에서 탈락한 이유를 설명하는 심사평도 포함됐다. "문장이며 구성이며 기술적인 능력 또한 대단하다는 점,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단문들의 연속적인 배치와 산을 쌓아 올리는 주인공의 기계적인 몸짓이 자아내는 낯선 이미지는 단연 발군이다. 그러나…" 등 새로운 감상 포인트를 찾을 수 있는 전문가들의 심사평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심씨는 "신춘문예 당선작 말고 낙선작을 읽고 싶었다. 왜 떨어졌을까, 심사 기준은 뭐였을까, 몹시 궁금했다. 낙선작만이 거기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며 "소설을 써 볼 생각이 들 때, 이 소설집을 기출삼아 달라. 당선작과 제 낙방작을 비교하고, 거기에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곁들여 분석한다면 좋은 자습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248쪽, 1만2000원, 웅진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