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번호'로 납치 보이스피싱…경찰이 막아

2012-06-04     이경환 기자

 지난 1일 오후 1시40분께 경기 파주시에 사는 장모(40·여)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휴대폰 창에 뜬 딸의 번호를 보고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딸이 아닌 굵은 목소리의 남성이 "딸을 납치했으니 1000만원을 입금하라"고 말했다.

장씨는 무섭고 당황했지만 "입금 전까지 전화를 끊지 말라. 근처에서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있으니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는 남성의 말과 옆에서는 딸의 목소리로 들리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에게 도움도 요청할 수 없었던 장씨는 엉겹결에 인근 파출소로 들어갔지만 "지켜보고 있다"는 범인의 말과 끊기지 않은 전화기를 들고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울먹이다 인근 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파주경찰서 조리파출소 직원은 장씨를 따라가던 중 딸의 납치 상황을 스피커 폰으로 해 둔 휴대폰을 통해 알게 됐다.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한 김민정(32) 순경은 쪽지로 장씨에게 딸의 학교와 인적사항을 건네 받아 학교측에 확인한 결과 딸 이모(14)양의 학교로 연락해 수업 중인 것을 확인됐다.

다행히 범인이 요구한 1000만원을 입금하기 전이었고 딸과 장모씨를 만나게 해 둔 뒤에 사건을 마무리했다.

김 순경은 "범인이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전화를 끊지 않아 장씨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황였다"며 "다행히 메모지를 가지고 있어서 쪽지로 물어본 뒤 신속하게 대처해 금전피해를 막았다"고 말했다.

조리파출소 이기호 소장은 "이번 사건은 부모와 자녀의 휴대폰 번호와 관계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국에서 걸려온 전화라 검거에 어려운데다 발신번호까지 조작하다 보니 일반 사람들은 속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