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치아미백제 위험성은?…과산화수소 6%↑ 혼합물 '유독물' 규정
34.5% 농도의 공업용 과산화수소수를 혼합한 치아미백제를 사용한 치과그룹이 경찰에 적발된 가운데 무허가 치아미백제의 위험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듯하고 하얀 치아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준다는 장점 탓에 최근 치아미백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어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진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4일 모 치과그룹 대표 김모(46)씨에 대해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불법 치아미백제를 제조해 사용한 치과그룹 산하 병원장 박모(35)씨 등 42명과 불법 치아미백제 제조방법을 알려준 정모(60)씨 등 4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무허가 치아미백제는 브라이트 파우더(치아연마제로 사용되는 의료기기) 1스푼에 공업용 과산화수소(34.5%)를 스포이드로 2~8방울을 떨어뜨려 겔 타입이 될 때까지 젓는 방법으로 제조됐다.
치과그룹 산하 병원장들은 이렇게 제조된 무허가 치아미백제를 이용해 환자들의 치아에 도포하는 방식으로 시술했다.
무허가 치아미백제는 치과그룹 산하 치과병원 지점 116개소(과산화수소수 207통, 브라이트파우더 1380박스)와 일반 치과병원 560개소(과산화수소수 115통, 브라이트파우더 9578박스)에 각각 납품됐다.
특히 정씨 등이 납품한 공업용 과산화수소수(34.5%)는 500ml로 약 1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치아미백제 제조가 가능했다.
경찰은 무허가 치아미백제로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 이가 시린다는 호소 등을 해왔지만 위험성만큼은 관과할 수 없다고 전했다. 각종 기관에서의 분석과 관련 규정이 위험성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무허가 치아미백제에 대해 분석 검사결과 과산화수소가 약 31~32% 검출됐다고 밝혔다. 섭취시에는 분해돼 입, 목, 식도에 심한 자극과 약품화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이 납품받은 공업용 과산화수소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유독물로 분류돼 있다. 종이 펄프 표백, 섬유 표백, 폐수처리 약품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환경부장관 고시에서도 과산화수소를 6%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은 '유독물'로 규정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의 유권해석에도 이같은 우려는 내포돼 있다. 불법제조된 치아미백제는 약사법령에 따라 허가(신고)를 받은 의약품이 아니다. 과산화수소 30~35%가 함유된 치아미백제 품목은 허가된 사실도 없다.
국내에 허가받은 치아미백제 종류는 ▲의약외품 29개 품목(과산화수소 3% 미만 첩부제, 겔제, 페이스트제) ▲일반의약품 13개 품목(과산화수소 3.62~5.42%) ▲전문의약품 2개 품목(과산화수소 15% 겔제) 등이다. 국내 기준으로는 과산화수소 15%를 초과 함유된 치아미백제는 허가되지 않는다.
식약청은 2006년 10월2일 '무허가 의약품 사용금지 등에 관한 업무협조'라는 제목의 공문을 대한치과의사협회장, 대한치과병원협회장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치과병원에서의 무허가 치아미백제 위험성 때문이다.
무허가 치아미백제를 제조·시술했던 치과의사들은 경찰 조사에서 "교과서에 배운대로 한 것"이라며 "치과교재 중의 하나인 치과보존학상 미국에서는 농도 34.5%의 과산화수소가 함유된 치아미백제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식약청은 수차례에 걸쳐 불법 치아미백제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할 만큼 무허가 치아미백제는 위험성이 높다"며 "치과보존학상에서도 농도 34.5%의 공업용 과산화수소수와 치아 연마제로 치아미백제를 제조해 사용하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공업용 과산화수소수를 이용해 무허가 치아미백제를 제조·시술하는 행위가 상당수의 치과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