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맛집]가자 경남 합천, 대장경 밥상 & 우동

2012-05-19     문화부 차장

김정환의 ‘맛있는 집’

경남 합천(군수 하창환)은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보 제32호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는 법보종찰 해인사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러나 해인사만 떠올린다면 합천에 관해 절반도 제대로 모르는 셈이다.

합천에는 해인사가 터를 잡고 있는 풍광 좋은 가야산의 홍류동 계곡과 그 계곡을 따라 새로 조성된 6㎞에 걸친 ‘해인사 소리길’, 각종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인 합천 영상테마 파크, 5월이면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는 군립공원 황매산도 있다.

합천은 음식 맛으로도 소문난 곳이다. 먼저 해인사가 자리한 북쪽으로 가면 ‘대장경 밥상’을 맛볼 수 있다. 지난해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앞두고 선보인 상차림으로 합천군 특산물들로 만든 메뉴를 심사해 선정한 곳에서만 판매한다.

그 중 한 곳인 가야면 치인리 1230-85 ‘백운식당’(055-932-7393)을 찾았다. ‘도토리 비빔밥’(8000원), ‘채식 나물밥상’(1만5000원), ‘도토리 비빔밥 세트’(1만5000원), ‘대장경 한정식’(3만원) 등이 준비된다.

‘대장경 한정식’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온갖 산해진미가 줄줄이 들어온다. 온갖 산나물로 이뤄진 ‘구절판’은 평소 야채보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계속 손이 갈 정도로 맛깔스럽다. 자연산 송이버섯, 쇠고기 완자, 순두부를 넣어 끓여낸 ‘신선로’도 놓칠 수 없다. 한 숟가락 떠서 입가에 가져가니 진한 송이향이 미각을 한껏 자극한다. 국물 맛은 진하면서 전혀 느끼지 않은 것이 일품이다. 송이 맛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것 외에 더 좋은 수식어가 없는 것이 아쉬울 지경이다.

합천산 한우고기로 만든 ‘육전’은 씹는 맛은 쫄깃쫄깃하고, 고기는 감칠맛 난다. 전이라고 해도 입안에 전혀 기름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더욱 만족스럽다. 칡 달인 물로 찐 ‘흑돼지 수육’은 야들야들한 식감과 담백한 뒷맛이 그만이다. 간간히 깻잎과 고춧잎을 튀겨 만든 ‘부각’을 먹으면 풍미를 더욱 돋울 수 있다. 이처럼 어느 것 하나 덜 먹는다면 억울할 정도로 맛있으면서도 젓가락이 가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역시 ‘신토불이’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몹시 불렀다면 소리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방금 전 몸에 축적한 영양분이 어느새 몸 전체로 퍼져나감을 느낄 수 있다.

남쪽에서 꼭 가볼만한 집은 용주면 가호리 418번지 합천영상테마파크(055-930-3751) 안에 있다. ‘요시다’(055-941-1019)다.

합천으로 시집 온 일본인 며느리 후모토 마사요(47)가 만드는 ‘사누키 우동’을 판다. 국물이 있는 우동인 ‘가케 우동’(4000원), 국물 없이 면에 쯔유(소스)를 부어서 먹는 ‘붓가케 우동’(4000원), 따끈따끈해서 맛을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냄비우동’(5000원), 카레를 넣어 먹는 ’카레우동‘(5000원) 등이 준비된다.

재미있는 것은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경성(서울)의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한 거리에 이 가게가 있다는 점이다. 이 집 역시 외관이 당시 가게 모양인 데다 일본인이 만든 우동을 먹는다는 사실 때문에 왠지 1930년대로 타임슬립한 기분이 절로 든다. 요즘에는 5월 말 방송 예정인 주원(25) 진세연(19) 주연 KBS 2TV ‘각시탈’ 촬영이 한창이라 더욱 그렇다.

우동을 맛나게 먹었다면 테마파크를 둘러보자. 1000만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전우치’ ‘써니’ ‘고지전’ ‘마이웨이’ 등 영화와 MBC TV ‘에덴의 동쪽’, KBS 1TV ‘서울 1945’ 등 히트작과 인기리에 방송 중인 MBC TV ‘빛과 그림자’ 등 드라마의 감동적인 순간들도 되살아나 한아름 추억을 안겨준다.

    합천, 요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