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축 살처분·매몰비 국비지원 근거 만든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2019-10-15     박경순 기자
▲ 살처분 작업에 투입되는 방역당국 관계자들.

정부가 법적 근거없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살처분 처리 비용을 국비로 지원한다는 논란에 뒤늦게 법령 개정에 들어갔다.

15일 행정안전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범정부 대책지원본부’에 따르면 가축 전염병 총괄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날 입법예고 했다.

이 개정안은 가축전염병 발생 시 살처분과 소각·매몰 처리에 드는 비용을 국비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지금은 가축전염병으로 살처분을 하게 되면 살처분 대상 가축의 수매 보상비만 국고로 지원될 뿐, 살처분에 따른 소각·매몰·소독비는 지자체가 부담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대대적 수매·살처분에 나서면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커졌고, 재난안전 총괄부처인 행안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4개 시·군에 살처분 비용 명목으로 74억원 규모의 재난안전 특별교부세를 지원했지만 법적 근거 없이 국고를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다만 국비 지원이 가능한 가축전염병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제한했다.

같은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된 우폐역·돼지수포병·뉴캣슬병 등은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인데, 공기 전파와 치료제 및 예방백신 부재 등 가축전염병의 특성과 위험도를 감안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또 통제초소 운영과 소독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가축전염병 대상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추가했다. 현재는 구제역과 AI에 한해서만 지원이 가능하다.

정부는 오는 21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와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이달 말 시행한다는 목표다.

단 부칙을 달아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부터 국비를 소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발생 또는 확산 시 국민의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축전염병의 대응이 안일하다고 꼬집는다. 

남은 음식물(잔반)의 돼지급여 금지와 같이 선제적인 법령 손질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관련법 개정이 늦은 감이 있다”며 “야생멧돼지로 인한 전파 가능성에 대비해 포획틀과 트랩 추가 설치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