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대책 시행 1년만에 서울 집값 상승
원인으로 정부의 정책운용 실패 및 미숙한 운영 꼽혀
서울 집값이 1년만에 지난해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로 평가받는 지난해 9‧13대책도 서울 집값 상승 열기를 꺼뜨리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만들어낸 거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정부 규제 일변도 정책의 패착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의 미숙한 정책 운용이 정책 효과를 반쪽짜리로 전락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한국감정원의 ‘2019년 9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기준 서울 월간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지난해 9‧13대책 시행 직전(같은달 10일) 대비 0.20%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서울 집값은 강남4구(-1.37%)만 약세를 기록했을 뿐 전반적으로는 전년보다 올랐다.
강남권역에서 강남4구를 제외한 서남권(양천‧강서‧구로‧금천‧영등포‧동작‧관악) 지역 집값은 전년 같은달 대비 0.15% 올랐다.
특히 강북 14개 자치구는 같은 기간 평균 0.95% 올라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더 컸다. 강남4구를 타깃으로 삼은 정부 정책이 강북지역의 상승세로 전이된 셈이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단독주택이 서울 집값 상승세를 견인했다.
서울 단독주택은 지난 1년간 5.44% 올라서 최근 5년 평균 상승률(2.54%)의 2배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아파트값 급등에 저금리,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등 개발호재가 겹쳐 단독주택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전년 대비 0.95% 떨어졌지만 강북구(1.51%), 종로구(1.29%), 중구(0.83%), 금천구(0.67%) 등 일부 지역은 규제 영향의 반사이익으로 신축이나 역세권 주변으로 수요가 몰리며 상승세를 이어왔다.
서울의 전셋값은 최근 1년간 1.27% 하락해 유래 없는 안정기를 맞았다. 사실상 9‧13 대책의 유일한 성과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맞이해 서울 주택 매매‧전세시장은 동반 상승을 시작했다.
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14주 연속 상승을 기록 중이다.
가을 이사에 청약 대기 수요까지 겹쳐 일부 지역은 전세 매물 부족 현상까지 겪고 있다.
사실상 지난 1년간의 정책성과를 까먹고 있는 셈이다.
정부 9‧13 대책이 불과 1년 만에 약발을 다한 배경은 저금리 기조가 가장 먼저 꼽힌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시중에 넘치는 부동자금이 갈 곳을 못 찾고 부동산 시장으로 모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감도 강력한 대출 규제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증시 불안까지 이어지면서 서울 주택시장은 안전자산으로 기능하는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운용의 실패를 꼽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민간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정책 효과 누수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국토교통부의 불확실한 시장 분석이 거론된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는 지난 7월 발행한 ‘2019년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과 향후 과제: 분양가상한제 확대 도입 영향 점검’을 통해 “민간 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적용하면 서울 집값이 연간 1.1%포인트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국토부가 정책 시행을 강행하게 가장 큰 근거가 됐다.
하지만 문제는 정책 시행 이후가 아니라 이전이었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가 공급 부족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시장에 커지면서 오히려 서울 집값의 상승을 부추긴 것이다.
정부의 미숙한 정책 운영도 논란이다.
부처 간 입장 차를 드러내면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더해진 것이다.
서울 집값 상승세는 초반에는 이 같은 불안심리가 수요자들을 자극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투자 기회로 보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시장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다른 전문가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하더라도 공급부족 우려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