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상한제 확대 시행‚ 시장상황에 달려”
‘시장상황’ 놓고 국토부-기재부 판단 엇갈릴 수 있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입법 예고기간이 다음달 종료되면서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가 고민에 빠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등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지난주까지 2주 연속 오르고, 상승폭도 급등하는 등 분양가 상한제 시행의 토양이 점차 무르익고 있지만, 디플레이션(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거시경제 여건은 더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다음달로 예정된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여부와 관련해 “40일인 분양가 상한제 입법 예고기한이 아직 안 끝났다”면서 “(시행 여부는) 100% 시장상황에 달려 있다”고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만들어져도 반드시 시행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40일간의 입법예고기간이 다음달 종료돼도 상한제 적용대상 지역이나 시기를 반드시 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시기 등을 결정하는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의)가 ‘시장상황’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가운데 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을 선정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 8월 1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을 발표하며 시행령 고시가 종료되는 오는 10월 이후 적용될 상한제 기준을 기존의 ‘최근 3개월간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에서 ‘전국 31개 지역(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으로 대폭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을 대폭 늘리면서도 ▲정량(분양가, 청약경쟁률, 주택거래량) 외에 ▲정성기준(시장상황)을 포함하며 기준 자체가 명료함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분양가, 주택거래량, 청약경쟁률 등이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잣대가 모호한 ‘시장상황’을 다시 끼워 넣어 혼선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상황’에는 거래량, 청약경쟁률, 주택가격 변화를 비롯해 ‘전반적인 내용’이 모두 포함된다는 게 당시 국토부 측의 설명이었다.
문제는 ‘시장상황’을 놓고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주무부처 국토부와 건설투자 위축을 염려하는 기획재정부의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 주택시장이 성장률, 물가 등 거시지표와는 따로 움직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다툼의 여지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평가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꾸준히 상승하고, 일부 지역에서 청약경쟁률이 급등하고 있지만, 소비자 물가는 지난달 통계 집계 이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공포까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저금리 유동성 효과가 국내 주택시장에도 유입되는 분위기”라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도 커지고 있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돼 서울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조짐”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좋지 않아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고, 한은도 여기에 다시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동산은 유동성 효과로 더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