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선언 1년> ‘9월 평양’ 후 멈춘 비핵화 시계…중대기로 선 文 대통령

북미 前 한미 정상회담 ‘비핵화 구상’ 공유

2019-09-19     이교엽 기자
▲ 기조연설 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비핵화 대화를 위한 북미 간 실무 협상이 가시권에 접어든 모양새다. 한반도 정세가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했다. ‘평화, 새로운 미래’라는 슬로건 아래 열렸던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후 1년 만에 평화 프로세스가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74차 유엔총회의 이낙연 국무총리 참석 계획을 취소하고 직접 참석을 결정했다. 유엔총회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성사되면서 전격적으로 방미 결정이 이뤄졌다.

북미 간 물밑 접촉을 통해 비핵화 실무협상에 대한 구체적 일정까지 공개 거론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문 대통령이 움직일 비핵화 외교의 공간이 열린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실무협상에서 다룰 의제를 공유하고 비핵화 대화의 동력을 이끌어가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징검다리 성격의 ‘원포인트’ 한미 정상회담을 가져왔다.  남북 정상회담이든 북미 정상회담이든 먼저 열리는 선후(先後) 관계 보다는 비핵화 대화의 ‘선순환 관계’는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다. 

각각의 정상회담 전에 한미 정상이 만나야 한다는 인식이 한미 정상회담 사례에 반영돼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채 물밑에서 조율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NSC 간에는 지난 6·30 한미 정상회담과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직후부터 날짜가 고정된 유엔총회 전후의 변화된 정세를 감안해 소통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구상대로 한미 정상회담 →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 → 3차 북미 정상회담 순으로 각급 대화가 연내에 전개된다 하더라도 절차상의 대화 프로세스와는 무관하게 비핵화의 정의와 방식을 둘러싼 북미 간의 인식차를 좁히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 내 모든 핵 시설과 핵 개발 프로그램, 대량살상무기(WMD)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비핵화 최종 로드맵을 협상에서 일괄타결한 뒤 ‘동시적·병행적’ 방식의 상응조치를 취해가겠다는 게 미국이 주장하는 이른바 ‘빅 딜’이다.

하지만 북한은 매 단계별로 비핵화 조치와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동시적·단계적’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대척점에 있다는 점에서 ‘스몰 딜’로 분류된다.

북미 정상은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당시 비핵화 방식은 물론 영변 핵시설 폐기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에 대한 등가성(等價性)에 대한 뚜렷한 견해차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영변+α’에 스냅백(제재 해제 후 위반 행위 적발시 제재를 복원하는 방식) 조항을 더해 합의를 시도했지만 볼턴 보좌관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고 최 부상이 지난 3월 평양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11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이러한 북미 주장의 절충안인 ‘굿 이너프 딜(비핵화 로드맵 합의 후 스몰딜)’과 ‘얼리 하비스트(스몰딜의 연속 합의)’를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시키진 못했다.

이외에도 하노이 회담의 핵심 쟁점이 ‘영변+α 대(對) 제재 해제’였다는 점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전제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을 타진했지만 인도주의적 관점에서의 ‘대북 식량지원’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유화적인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것과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이 사라진 상황 속에서 문 대통령이 제시할 새로운 구상에 관심이 쏠린다.

북미 실무협상의 장기 교착 국면에서 비핵화 외교전이 본격 시작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도 주목된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한창 전개되던 지난해 끝내 이뤄지지 않았던 답방이 올해 성사될지 관심사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매진하는 북한의 입장과 올해 남북관계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올해 역시 답방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외교가 안팎의 시선에 무게가 쏠린다.

청와대가 오는 11월 중순 부산에서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는 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