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산업계, 일본산 대체품 물색 총력…국산화 추진 박차

“장기적 대응방안으로 국산화 실현해야”

2019-08-04     이교엽 기자
 

한일 양국의 갈등이 고조화됨에 따라 국내 산업계는 일본산을 대체할 소재·부품·장비 물색에 총력을 쏟고 있다.

4일 산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간소화 국가·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화학, 기계 등 업종은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현재 일본은 반도체 핵심소재인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을 집중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3가지 핵심소재는 90% 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또 이번에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서 일본산 수입비중 70% 이상인 화학, 기계, 세라믹, 반도체, 금속 등 핵심전략물자에 대한 추가 제재도 예상된다. 

정부는 대일 의존도가 높은 159개 품목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그간 산업계는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경제성 측면을 고려해 일본산 수입 의존을 낮추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의든, 타의든 글로벌 수준의 국산화를 실현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에 앞서 당장 시급한 과제는 대체품 찾기다. 단기적으로 일본의 의존도가 높은 항목을 점검하고, 대체품을 찾아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먼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대만 등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통상 반도체 회사는 고순도 불화수소 재고로 2개월 정도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러시아가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필수 소재인 ‘불화수소’ 공급을 제안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계는 러시아 제품의 품질을 검토하고 테스트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두 달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일본산 수입이 어려워짐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장기적인 대응방안으로 국산화도 꾀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이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됨에 따라 일본기업들은 공작기계와 수소차 연료탱크에 사용되는 탄소섬유 등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물자를 한국에 수출할 때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개별적인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동차업계는 내연기관 차량 국산화율이 95%에 이르고 공급망도 다변화돼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본산 물자가 적용되는 부품을 파악하고 부품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탄소섬유와 전해질막 정도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소차 연료탱크에 사용하는 탄소섬유의 경우 일본이 세계 시장의 66%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섬유·전해질막은 국산화가 거의 진행돼 있어 당장은 어려워도 극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가 향후 수소차 등에 적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레이 역시 일본에서 원사 수출을 금지하더라도 도레이 미국 및 프랑스 지사 등에서 원사를 구매해 구미공장에서 제조할 수 있어 국내 수급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최근 율촌화학, BTL첨단소재 등과 파우치필름 공급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파우치필름은 파우치형 배터리 셀을 감싸는 역할을 한다. 

현재 일본 DNP와 쇼와덴코는 전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한편, 산업계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소재·부품 산업의 자립화, 글로벌 수준의 국산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