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증거인멸행위 구체적 정리해야”
삼바 증거인멸 임원들 “공소사실 특정되지 않아”
4조5000억원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 임원들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혐의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히지 않아 재판이 공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23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재경팀 소속 이모(56) 부사장, 김모(54) 사업지원 TF부사장, 박모(54) 부사장 등 3명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절차라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구속 상태인 이 부사장 등은 모두 법정에 출석했다.
다만 열람등사를 했지만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진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사장 측 변호인은 이날 “검찰 공소장에는 부실 공시 및 회계라고 나와 있는데 어디 부분이 부실한지와 그 증거가 삭제된 2000개 파일 전부인지 등 구체적 특정이 필요하다”며 “법리적으로 전제가 안 된 사실로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이 확정해주면 도움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증거인멸 행위를 언제 누구에 의해 어디서 했는지가 정확하게 정리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 재판부도 검찰의 의견을 정확히 알 수 있다. 날짜, 행위자, 방식 등을 명확하게 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이날 삼성전자 임원들은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반면 계열사 관계자 중 일부는 혐의를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삼바 직원 안모씨의 경우 증거인멸 등 혐의를 일부 인정했지만 백업 서버를 초기화한 혐의는 부인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혐의에 대한 입장을 듣고 관련 사건 병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지 못해 다음 기일에 결정하기로 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고위 임원들과 함께 회의를 열고,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을 논의한 뒤 이를 지시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 회의 직후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의 주도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작업이 시행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