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증거인멸행위 구체적 정리해야”

삼바 증거인멸 임원들 “공소사실 특정되지 않아”

2019-07-23     이교엽 기자

4조5000억원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 임원들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혐의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히지 않아 재판이 공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23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재경팀 소속 이모(56) 부사장, 김모(54) 사업지원 TF부사장, 박모(54) 부사장 등 3명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절차라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구속 상태인 이 부사장 등은 모두 법정에 출석했다. 

다만 열람등사를 했지만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진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사장 측 변호인은 이날 “검찰 공소장에는 부실 공시 및 회계라고 나와 있는데 어디 부분이 부실한지와 그 증거가 삭제된 2000개 파일 전부인지 등 구체적 특정이 필요하다”며 “법리적으로 전제가 안 된 사실로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이 확정해주면 도움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증거인멸 행위를 언제 누구에 의해 어디서 했는지가 정확하게 정리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 재판부도 검찰의 의견을 정확히 알 수 있다. 날짜, 행위자, 방식 등을 명확하게 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이날 삼성전자 임원들은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반면 계열사 관계자 중 일부는 혐의를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삼바 직원 안모씨의 경우 증거인멸 등 혐의를 일부 인정했지만 백업 서버를 초기화한 혐의는 부인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혐의에 대한 입장을 듣고 관련 사건 병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지 못해 다음 기일에 결정하기로 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고위 임원들과 함께 회의를 열고,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을 논의한 뒤 이를 지시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 회의 직후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의 주도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작업이 시행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